특급호텔 ‘기념일 마케팅’ 달라졌다…47년 만에 간판 바꾸고 럭키박스는 기부

특급호텔들이 오랜 역사와 개관기념일을 활용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객실과 식음료 할인에 머물지 않고 브랜드를 바꾸거나 과거 인기 메뉴를 복원하고, 해외 셰프 협업과 기부 행사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롯데호텔 서울은 개관 47년 만에 간판을 바꿨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롯데호텔 서울을 하이엔드 브랜드 ‘더그랜드롯데 서울’로 전환했다. 1979년 개관한 롯데호텔 서울이 기존 이름을 내려놓고 새 브랜드로 출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더그랜드롯데는 롯데호텔앤리조트가 2017년 시그니엘 이후 약 9년 만에 선보인 신규 하이엔드 브랜드다. 지난해 5월부터 약 15개월간 메인타워 객실을 재단장했다. 객실 면적을 넓히면서 호텔 전체 객실 수는 1015실에서 868실로 줄었다.

 

객실뿐 아니라 미술 작품과 향, 직원 유니폼 등 호텔 전반도 새로 정비했다. 기존 호텔의 이름과 시설, 서비스를 한꺼번에 바꾼 대규모 브랜드 전환이다.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은 올해 개관기념 행사를 기부와 연결했다.

 

여의도 메리어트는 오는 19일부터 ‘럭키랜덤박스’ 100개를 한정 판매한다. 박스에는 호텔 굿즈와 상품권, 할인권 등이 무작위로 담긴다. 판매 수익금은 전액 유니세프에 기부한다.

 

이번 행사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지속가능성·사회적 영향력 플랫폼인 ‘서브 360(Serve 360)’과 연계해 진행한다. 고객이 럭키박스를 구입하면 기부에 참여하는 구조다.

 

개관기념 행사는 호텔 내 웰니스 시설에서도 진행된다. 약 2000평 규모의 수 피트니스 앤 스파는 행사 기간 퍼스널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새로 등록한 고객에게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젠제네틱스의 제품 1종을 증정한다.

 

역사가 오래된 호텔들은 과거의 상품과 서비스를 다시 선보이는 방식으로 기념일을 활용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24년 조선호텔 개관 110주년을 맞아 전체 호텔과 외식·리테일 브랜드가 참여하는 행사를 열었다.

 

개관 110일을 앞두고 7일간 객실과 호텔 레스토랑, 외식업장 등 150여개 상품을 할인 판매했다. 호텔별 객실 패키지와 특별 메뉴를 내놓고 110주년 기념 와인과 하우스 커피, 가정간편식도 선보였다.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했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향 브랜드 라아무와 함께 만든 디퓨저를 110주년 기념 객실 패키지에 포함했다. 일부 객실 이용객에게는 향수 브랜드 키스의 핸드크림과 오드뚜왈렛을 제공했다.

 

서울신라호텔은 개관 40주년이던 2019년 과거 인기 메뉴를 다시 내놨다.

 

중식당 팔선에서는 1979년부터 1988년까지 판매했던 ‘옛날 자장면’을 31년 만에 복원했다. 패스트리 부티크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판매했던 ‘젤리 롤케이크’를 약 20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신상품 대신 기존 고객에게 익숙한 메뉴를 활용한 것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지난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해외 호텔 셰프들과 협업했다.

 

서울과 도쿄, 쿠알라룸푸르의 페이스트리 셰프 3명이 참여한 ‘식스 핸즈 애프터눈 티’를 선보였다. 파크 하얏트 밀라노의 총주방장 귀도 파테놀로를 초청해 런치와 갈라 디너, 브런치도 진행했다. 객실 할인보다 호텔의 미식 경쟁력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는 2024년 개관 15주년 행사에 외부 브랜드 상품을 경품으로 활용했다.

 

투숙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꽝 없는 럭키드로우’에는 호텔 숙박권과 레스토랑 이용권을 비롯해 멈칫의 디퓨저·향수, 쿤달의 헤어·보디 제품, 해태제과 맛동산 등이 포함됐다.

 

호텔업계는 개관기념일을 기존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고 브랜드의 강점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오래된 호텔은 역사와 대표 상품을 활용하고, 비교적 최근 문을 연 호텔은 외부 브랜드 협업이나 고객 참여 행사에 힘을 싣는다.

 

롯데호텔 서울은 브랜드 자체를 바꿨고 조선호텔과 서울신라호텔은 역사와 과거 상품을 꺼내 들었다. 여의도 메리어트는 기부와 웰니스를 앞세웠다. 단순히 가격을 낮추던 호텔의 ‘생일 행사’가 브랜드별 특색을 보여주는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관기념일은 단순히 할인 행사를 하는 날이라기보다 호텔이 쌓아온 역사와 현재의 브랜드 경쟁력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계기”라며 “최근에는 가격 할인보다 각 호텔의 정체성을 살린 콘텐츠나 협업, 고객 참여형 행사를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