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에 달하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유지·관리 예산이 2027년도 예산안에도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산가족면회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라 올해 상반기 철거완료된 시설이다. 통일부는 ‘기획예산처와 관련 협의가 있었다’고 했지만, 정부 예산안에 편성된 내용은 면회소 유지·관리 그대로다. 북한이 이미 철거한 시설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과 함께 ‘북한 비위 맞추기성 예산’이란 비판이 나온다.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7년도 정부예산안에는 ‘이산가족면회소 운영 지원’ 명목으로 29억9100만원이 편성됐다. 명목은 면회사무소 유지·관리 24억9100만원, 운영비 5억원 등이다. 금액과 항목은 지난해와 동일하다.
이산가족면회소는 2003년 11월 제5차 남북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지어졌다. 총 550억원이 투입됐고, 2008년 7월 완공해 5차례 이산가족 상봉에 사용됐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관계가 악화하면서 김 위원장이 철거를 지시했고,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인 2024년 말부터 철거 동향이 포착됐다. 통일부도 올해 상반기 철거가 완료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철거 완료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미 사라진 시설의 유지·관리와 보수·증축을 위한 예산은 그대로 둔 셈이다.
철거 이후 추가 지출 비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편성된 2026년도 같은 항목 예산은 현재까지 전액 미집행 상태다. 통일부는 집행 가능성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이 돼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면회소 철거 등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했다. ‘철거’를 이유로 집행이 어려울 예산을 내년도에도 다시 편성한 이유, 정부 예산안에 동일 항목·금액이 반영된 경위와 기획예산처 등과의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고 했다.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해 이산가족 상봉 관련 예산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이미 철거된 시설에 대한 유지·관리 명목으로 예산을 유지한 것은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철수 의원은 “이미 사라진 시설의 보수·증축 예산을 남겨둔 건 실제 남북관계 대비인지, 국민 세금으로 북한 비위 맞추기에 나선 건지 정부는 국회에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