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의 한 카페 냉동창고에 60대 여성을 가둬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범행 직후 AI(인공지능)에 ‘냉동창고에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가 범행 전 냉동창고를 설치하고 피해자의 휴대전화까지 빼앗은 사실도 확인되면서 계획범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지난 3일 오전 11시쯤 60대 여성 B씨를 냉동창고에 가둔 직후 AI에 냉동창고 안에 사람이 있을 경우 나타나는 신체 변화 등을 질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냉동창고 내부는 영하 18∼20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했으며,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범행에 사용된 냉동창고는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설치됐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이날 오전 4시30분쯤 냉동창고를 실은 대형 화물차가 카페에 도착해 창고를 내려놓고 약 5시간 뒤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담겼다.
피해자의 외부 연락을 미리 차단한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범행 당일 파주 시내에서 B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 냉동창고로 유인하면서 “휴대전화를 밖에 두고 들어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휴대전화는 전원이 꺼진 상태로 A씨 차량 대시보드에 놓여있었다.
B씨가 실종된 뒤에는 범행 장소와 무관한 곳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여러 차례 켜졌다 꺼진 정황도 파악돼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휴대전화를 조작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현재 A씨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범행 경위와 동기에 관한 진술을 거듭 번복하고 있다. 수사 초기에는 상품권 거래 과정에서 위약금 문제가 있었다고 진술했고, 이후에는 “냉동창고에서 상품권을 보여줬는데 B씨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채 순간적으로 문을 닫았다”는 취지로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상품권은 A씨가 직접 업체에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촬영에 사용할 목적’이라고 설명해 장당 50만원권 상품권 10상자를 인쇄했으며, 상품권 겉면에는 ‘촬영용’이라는 문구가 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를 대량의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깡’ 업자에게 판매하려 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일 오전 0시쯤 B씨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서 같은 날 오후 2시30분쯤 파주시 문산읍의 카페 냉동창고에서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어 서울 영등포에서 A씨를 붙잡았으며 법원은 지난 6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소견에서는 B씨의 시신에서 뚜렷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시신이 얼어붙어 정확한 사망 시각은 특정하지 못했으며, 경찰은 B씨가 냉동창고에 갇혀 저체온증이나 산소 부족 등으로 숨졌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CCTV 영상, AI 이용 기록 등을 대조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계획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