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詩의 뜨락]

정한아

이유도 모르고 몇 대 맞아 일그러진 얼굴들이

보도에 굴러다닌다

 

시간이 나를 때리고 갔습니다

햇살이 나를 때리고 갔습니다

바람이 나를 때리고 갔습니다

까마귀는 나를 뽀족하게 쪼아댔습니다

하지만 공기는 참담할 정도로 달콤해졌어요

 

나를 던져주세요

저 행정실 창문을 향해

바퀴 달린 매끄러운 탈것들에게

창백한 얼굴들에로

 

개중 잘생긴 것을 골라

세수를 시키고 친구의 탁자 위에 내려놓았지

오다 주웠어요

 

한동안 문을 들어설 때마다

향긋하게 펑펑 울고 있었다 한다

 

-시집 ‘보호 관찰’(문학과지성사) 수록

 

●정한아

△1975년 울산 출생, 2006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어른스런 입맞춤’, ‘울프노트’ 등 발표. 구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