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월세 매물 감소 등 주거 불안이 커진 서울에서 지난달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산 사람의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대출·세제 규제를 총동원하며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전셋값 상승과 매물 감소 등 임대차 시장 불안이 커지자 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무주택자들이 대출을 끌어모아 ‘내 집 마련’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 과열기에 기록한 ‘전 고점’ 가격을 이미 돌파하며 ‘초고가’를 형성한 강남권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대출 활용 여지가 큰 서울 외곽으로 매수 열기가 번지는 양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10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와 연립주택,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매매 등기는 총 1만7371건이었다. 이 중 생애최초 매수자의 등기는 9343건으로 전체의 53.8%를 차지했다.
생애최초 매수 등기 건수는 전월(8006건)보다 16.7% 늘며 2020년 8월 1만2318건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았다. 전체 매매 등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법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10년 1월 이후 역대 최고였다. 생애최초 매수가 1만건을 넘었던 2020년 8월에도 전체 거래 2만5396건 중 차지하는 비중은 40.3%였다. 올해 1∼8월 서울의 생애최초 매수도 5만74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7688건 증가했다.
정부가 규제의 초점을 맞춘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가 아니라 임차시장에 머물던 무주택 실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선 것으로, 정부 규제가 오히려 ‘막차 수요’를 자극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달 30대 생애최초 매수자가 4855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40대(2419명)의 두 배가 넘는다. 대출에 크게 의존하며 ‘영끌 매수’에 나선 양상도 뚜렷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실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30대가 올해 2∼7월 주택 매수에 사용한 금액은 39조5984억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이 중 금융기관 대출 자금은 15조8724억원으로 매수금액의 40.1%에 달했다.
매수세는 중저가 주택이 많은 서울 외곽에 몰렸다. 현행 대출 규제상 15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어 고가 주택보다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9월 첫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 올랐다. 강북(0.46%), 도봉(0.43%), 성북(0.42%), 관악(0.41%), 중랑(0.4%)구가 상승을 주도한 반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 3구’만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구는 0.35%, 서초구는 0.30%, 송파구는 0.02% 각각 매매가격이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압구정·대치동과 반포·잠원동의)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의 하향 조정 매물에서 하락 거래가 나타났지만 수요가 높은 중소형 주택과 역세권·대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계약이 체결되면서 서울 전체 집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인건비와 자재비, 토지비가 일제히 상승하며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은 점도 무주택자의 불안심리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전용면적 59㎡의 평균 분양가는 15억9343만원으로 16억원에 육박했다. 전용 84㎡는 19억4433만원에 달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매물이 부족하고 전셋값까지 오르면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며 “집값이 하락하면 대출 비중이 높은 청년층이 고점에 집을 산 결과가 될 수 있다.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도록 주택 공급대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