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 통합’ 상징 카드가 부메랑으로… 청문 정국 부담 작용 [개각 후폭풍]

정부·與, 버티는 용혜인에 곤혹

가족정당부터 겸직 문제 등 논란
당과 이해관계 얽힌 龍 사퇴 안해
특별당비·배우자 급여 별개 등 반박

與 일각 “국민과 괴리… 안하느니 못해”
대승적 결단 기대 무산 불만도 표출

경찰은 龍후보자 고발인 조사 진행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지명 취지까지 흔들면서 이재명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정치 기조 아래 진보·개혁 진영까지 인선의 폭을 넓히며 꺼내 든 ‘용혜인 카드’는 이번 개각의 상징적 인사로 꼽혔다. 첫 1990년대생 장관 후보자라는 상징성도 컸다. 그러나 지명 직후 불거진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문제에 배우자와 당 운영을 둘러싼 의혹까지 겹치면서 파격 발탁의 효과보다 인사 검증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청와대는 개각 발표 당시 “오직 실력 중심의 인사를 내각의 기준으로 삼았다”며 “야당도 함께할 수 있는 분 중 실력 있는 분들이라면 최대한 모시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용 후보자 발탁은 이런 통합 인선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였지만, 이후 논란이 이어지면서 당초 인선의 메시지는 상당 부분 가려졌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데는 기본소득당의 원내 기반이 걸려 있다. 용 후보자는 2024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로 당선된 뒤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당시 비례대표 명부의 다음 순번이 승계하기 때문에 기본소득당은 유일한 원내 의석을 잃게 된다. 원내 의석 상실은 국고보조금과 의원실 인력 등 당 운영 기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용 후보자도 지명 직후 의원직 사퇴 시 당이 원외정당이 되는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대표도 “본인 욕심만 생각했다면 오히려 의원직 사퇴가 쉬울 수도 있다”며 “본인을 키워준 당에 대한 책임 때문에 욕심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장관직 수락과 의원직 유지가 용 후보자 개인의 선택을 넘어 자신이 창당하고 키운 당의 원내 지위와 직결돼 있음을 드러낸 발언이다. 결과적으로 이재명정부의 국무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의원직과 소속 정당의 원내 기반까지 함께 유지하려는 구조가 됐다.

청와대 본관과 대정원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이 느끼는 부담도 이 지점에 있다. 통합정치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선택한 후보자의 거취와 당내 사정을 여당이 함께 떠안게 된 데다, 정작 당내에서 후보자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명계 재선 김영진 의원은 “장관 후보로 지명이 되면 의원을 사퇴하고 장관을 하겠다고 하는 게 보편적인데 용 후보자가 그 결정을 못 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지점과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용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두고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여당과 대통령에 모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안 하느니 못한 회견을 했다”고 비판했다. 성평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도 “오늘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했다가 아쉬운 마음도 있다”고 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까지 동시에 제기된 상황에서 용 후보자 문제가 길어질 경우 2기 개각 전체가 인사 검증 공방에 묶일 수 있다는 우려도 여권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 박기홍 기본소득당 최고위원. 뉴시스

배우자와 기본소득당 운영을 둘러싼 의혹도 겸직 문제와 맞물리고 있다. 용 후보자의 배우자인 박기홍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을 맡으며 5년간 약 1억23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 후보자가 낸 특별당비가 배우자 급여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의혹에 용 후보자는 “배우자에게 월 250만원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당비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야권에서는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사무실 임차료 지급과 용 후보자가 당에 빌려준 3000만원의 상환 과정에 국고보조금이 사용됐는지도 문제 삼고 있다. 용 후보자는 연구소 사무실에 대해서는 관련 법에 따라 전대차 계약을 맺고 실제 사용 공간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당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후보자 개인의 자질 검증을 넘어 기본소득당의 회계·운영 문제로까지 번진 셈이다.

 

관련 의혹은 경찰 수사 단계로도 넘어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용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용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관련자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시의원은 용 후보자의 특별당비 일부가 배우자 급여 등으로 돌아간 정황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