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지명 취지까지 흔들면서 이재명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정치 기조 아래 진보·개혁 진영까지 인선의 폭을 넓히며 꺼내 든 ‘용혜인 카드’는 이번 개각의 상징적 인사로 꼽혔다. 첫 1990년대생 장관 후보자라는 상징성도 컸다. 그러나 지명 직후 불거진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문제에 배우자와 당 운영을 둘러싼 의혹까지 겹치면서 파격 발탁의 효과보다 인사 검증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다.
청와대는 개각 발표 당시 “오직 실력 중심의 인사를 내각의 기준으로 삼았다”며 “야당도 함께할 수 있는 분 중 실력 있는 분들이라면 최대한 모시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용 후보자 발탁은 이런 통합 인선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였지만, 이후 논란이 이어지면서 당초 인선의 메시지는 상당 부분 가려졌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데는 기본소득당의 원내 기반이 걸려 있다. 용 후보자는 2024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로 당선된 뒤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당시 비례대표 명부의 다음 순번이 승계하기 때문에 기본소득당은 유일한 원내 의석을 잃게 된다. 원내 의석 상실은 국고보조금과 의원실 인력 등 당 운영 기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용 후보자도 지명 직후 의원직 사퇴 시 당이 원외정당이 되는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대표도 “본인 욕심만 생각했다면 오히려 의원직 사퇴가 쉬울 수도 있다”며 “본인을 키워준 당에 대한 책임 때문에 욕심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장관직 수락과 의원직 유지가 용 후보자 개인의 선택을 넘어 자신이 창당하고 키운 당의 원내 지위와 직결돼 있음을 드러낸 발언이다. 결과적으로 이재명정부의 국무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의원직과 소속 정당의 원내 기반까지 함께 유지하려는 구조가 됐다.
민주당이 느끼는 부담도 이 지점에 있다. 통합정치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선택한 후보자의 거취와 당내 사정을 여당이 함께 떠안게 된 데다, 정작 당내에서 후보자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명계 재선 김영진 의원은 “장관 후보로 지명이 되면 의원을 사퇴하고 장관을 하겠다고 하는 게 보편적인데 용 후보자가 그 결정을 못 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지점과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용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두고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여당과 대통령에 모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안 하느니 못한 회견을 했다”고 비판했다. 성평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도 “오늘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했다가 아쉬운 마음도 있다”고 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까지 동시에 제기된 상황에서 용 후보자 문제가 길어질 경우 2기 개각 전체가 인사 검증 공방에 묶일 수 있다는 우려도 여권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배우자와 기본소득당 운영을 둘러싼 의혹도 겸직 문제와 맞물리고 있다. 용 후보자의 배우자인 박기홍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을 맡으며 5년간 약 1억23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 후보자가 낸 특별당비가 배우자 급여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의혹에 용 후보자는 “배우자에게 월 250만원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당비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야권에서는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사무실 임차료 지급과 용 후보자가 당에 빌려준 3000만원의 상환 과정에 국고보조금이 사용됐는지도 문제 삼고 있다. 용 후보자는 연구소 사무실에 대해서는 관련 법에 따라 전대차 계약을 맺고 실제 사용 공간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당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후보자 개인의 자질 검증을 넘어 기본소득당의 회계·운영 문제로까지 번진 셈이다.
관련 의혹은 경찰 수사 단계로도 넘어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용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용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관련자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시의원은 용 후보자의 특별당비 일부가 배우자 급여 등으로 돌아간 정황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