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순간 이용률이 30∼40% 나오는 것 같습니다.”
9일 오후 3시쯤 전남광주 신안 자은도 북서쪽 9㎞ 해역 전남해상풍력 1단지 부근. 김진철 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전남해상풍력 대표)이 선상에서 발전기 날개 회전 횟수를 보고 “정확하진 않지만 지금 풍속이 초속 7∼8m 정도 나오는 걸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9.6MW(메가와트)급 발전기인 걸 감안하면 1기당 출력이 2.9∼3.8MW 정도 나오고 있단 것이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6기, 4기씩 두 줄로 나란히 선 풍력발전기 총 10기의 날개가 남산타워(239m)에 버금가는 227m 높이에서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날개 한쪽 길이가 97m로 중앙 부품 크기를 포함해 총 지름 200m에 이르는 원을 그리면서. 김 부사장은 “오늘 새벽 3시쯤에는 이용률이 66%까지 올라갔다”며 “통계적으로 기온이 낮을 때 바람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레 태양광 발전과 반대되는 특성이 있어 보완적 성격을 띤다”고 했다.
국내 최대 규모 민간 해상풍력 단지인 전남해상풍력 1단지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1년4개월 가까이 돼 가는 가운데 그간 평균 이용률이 현재까지 30%대 초반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었다. 이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4인 가구 평균 소비량(연 4080㎾h) 기준 약 6만1000∼6만6000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발전량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해상풍력 연평균 이용률은 30∼35% 정도라고 평가된다. 1단지로 가능성을 입증한 전남해상풍력은 5년 내로 8배 이상 ‘몸집’을 키우기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2·3단지 확대 위해 올 하반기 입찰 예정”
지난해 5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는 SK이노베이션 E&S와 덴마크 개발사 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쳐 파트너스(CIP)가 공동 개발했다. 김 부사장은 “CIP가 주로 EPC(설계·조달·시공) 계약과 선진 금융을 담당했고, 우리는 EPC에 참여하는 동시에 인허가, 중앙정부·지자체 대관, 민원 대응, 국내 은행 주선을 주도했다”며 “CIP로부터 해상풍력 기본설계, 지질조사 등 선진기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터빈만 독일·스페인 합작사인 지멘스가메사 제품으로 조달했고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육상변전소, 배터리 등 다른 주요 기자재와 설치 장비는 모두 국내 기업과 협력해 제작했다. 국산화율은 75% 수준이다. 이 단지 조성에 투입된 사업비는 약 9000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 E&S와 CIP는 1단지에서 조금 떨어진 해역에 2028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각각 399MW씩 총 798MW급 2·3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1단지까지 합치면 거의 900MW가 되는 수준이다. 김 부사장은 “이들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지난달 19일자로 완료했다”며 “올 하반기 정부가 진행할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 참여를 준비 중이다. 2031년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2·3단지 사업의 경우 국민 참여형 국민성장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안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김 부사장은 “2·3단지 입지가 인허가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 근처에 큰 섬들이 있어 유지·보수 환경도 좋다. 입지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걸 정부 쪽도 인지하고 있다”며 “금리가 오르는 등 대외 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원활한 사업을 위해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1단지 같은 경우 주주사의 별도 담보·보증 없이 개별 사업 자체의 신용도·기술력·원금상환능력만을 근거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비소구 사업금융(PF)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김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1년 정도 걸렸는데, 국내 최초”라며 인근 다른 해상풍력 사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계통 부족에 1년간 일부 출력 제한도
다만 계통 부족 문제는 1단지 상업운전 초기 ‘족쇄’가 되기도 했다. 해저케이블로부터 이어지는 15㎞ 구간 육상 송전선로는 전 구간을 지중화해 한국전력공사 변전소에 연계했는데, 계통 보강 공사가 지연돼 1년간 발전량 제한이 걸렸다. 김 부사장은 “현재는 계통 보강이 다 돼 이제는 감발(인위적인 출력 제한)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2단지의 경우 1단지와 마찬가지로 별도로 한전 변전소에 접속하고, 3단지는 ‘신안 해상풍력 집적화단지’(총 3.7GW)로 지정돼 여러 발전단지가 함께 쓰는 공동접속설비로 계통에 연결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제도는 지자체가 주도해 40MW 이상 태양광·풍력 등 발전시설을 체계적으로 설치하고 운영하는 제도다. 김 부사장은 “2, 3단지도 적기에 계통에 들어가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등 인근 지역에 대규모 수요가 생기면 계통 제약 문제가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신안군 “공동접속설비, 국가전력망 지정해야”
다만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건 3단지 계통 연계 방안인 신안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경과지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 사업비가 1조2000억 상당인 이 사업은 신안 임자도∼신장성 변전소 87㎞ 구간을 대상으로 한다. 신안, 무안, 함평, 영광, 장성 등 5개 기초지자체를 지날 예정이다. 신안 외 다른 지자체에서 ‘전기는 신안에서 만들고 그걸 쓰는 건 대도시인데 왜 우리가 피해를 떠안아야 하냐’는 반대 여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신안군은 다른 지역 주민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정부에 공동접속설비를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하는 중이다. 국가기간전력망법에 따르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는 345㎸ 이상 송·변전설비 중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급용, 재생에너지·원자력 생산 전기 공급용에 한해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경과 구간에 해당하는 지자체에 1㎞당 20억원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정수 신안군 신재생에너지국 국장은 “최근 한성숙 총리가 전남해상풍력 현장에 오셨을 때 국가기간 전력망 지정을 건의드렸다”며 “지정이 되면 신안군을 포함해 5개군에 1㎞당 20억원씩 받게 돼 지역 주민에게 환원해 수용성을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를 열어 총 99개 송·변전설비 사업을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한 바 있다.
신안 같은 경우 2018년 10월 이른바 햇빛연금이라 불리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정책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지자체다. 2021년 4월 안좌도·자라도 주민들에게 전국 최초로 햇빛연금이 지급된 이후 최근까지 신안군민(현재 4만2000여명)에게 지급된 재생에너지 이익공유금 누적 459억원에 이른다.
전남해상풍력 1단지 같은 경우 올해 2분기까지 1년간 발생한 이익공유금이 약 55억원이다. 이 국장은 “이 중 45%가 자은면 주민들에게, 나머지 55%가 다른 지역에 지급됐다”고 했다. 자은면은 1단지 인접 지역이자 해저케이블이 육지에 접속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