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넘었다. 이제는 후지산이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중국을 꺾고 2026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에서 준결승에 올랐다. 1차 목표는 달성했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0일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 8강전에서 중국에 세트 스코어 3-1(17-25 25-21 25-22 29-27) 역전승을 거뒀다.
2017년 3위, 2019년 4위에 올랐으나 2021년 대회에서 역대 최악인 8위에 그쳤고, 2023년에도 8강전에서 중국을 만나 1-3으로 패한 뒤 순위결정전을 거쳐 5위에 오른 바 있다. 이날 승리는 직전 대회였던 2023년 대회 8강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는 통쾌한 한 판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첫 경기 대만에 3-1로 승리를 거뒀으나 두 번째 경기에서 태국에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8강 대진이 조별리그에서의 성적으로 시드를 부여해 결정되기에 태국전 패배는 너무나 뼈아팠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카타르를 3-0으로 꺾고 2승1패 승점 7을 기록한 한국은 3전 전승을 기록한 태국에 이어 C조 2위이자 전체 4위로 8강에 올랐다.
8강 상대는 B조에서 2승1패, 승점 6을 기록해 5번 시드를 받은 중국. 올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승11패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는 바람에 FIVB 랭킹은 이날 경기 전까지 32위로 25위인 한국보다 낮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백중세 혹은 미세하게 한국 열세라는 평가였다.
1세트만 해도 중반까지만 해도 팽팽하게 맞섰으나 세트 후반 중국의 높은 블로킹 벽에 막히면서 고전했다.16-18에서 임재영(대한항공)의 공격 범실 이후 중국 블로킹에 3연속으로 당하면서 16-22로 밀렸고, 결국 17-25로 대패했다.
2세트 들어 한태준(우리카드)의 경기 운영이 살아나면서 11-7로 앞서나갔으나 세트 중반 동점에 역전을 허용했다. 2세트마저 내준다면 셧아웃 패배의 위기에 몰릴 수 있었던 상황. 임성진(상무)이 공격 성공에 이어 상대 공격을 막아내며 18-18 동점을 만든 데 이어 허수봉의 백어택이 터져나오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19-19에서 미들블로커 차영석(KB손해보험)의 공격과 임성진의 서브 에이스, 임동혁의 공격을 묶어 22-19로 달아나면서 세트 점수 1-1을 맞췄다. 2세트에만 7점을 몰아친 임동혁이 분전이 돋보였다.
2세트의 흐름은 3세트에도 계속 됐다. 임동혁의 공격이 다소 주춤했지만, 에이스 허수봉(현대캐피탈)이 6점으로 맹위를 떨쳤고, 리시브 잘 된 공을 한태준이 미들 블로커 이상현(상무)의 속공으로 엮어내면서 기세를 이어갔다. 14-13에서 3연속 득점에 성공해 17-13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은 한국은 17-15에서 임성진의 공격과 블로킹으로 넉점 차 리드를 잡았고, 결국 25-22로 잡아냈다.
듀스 접전까지 펼쳐진 4세트가 고비였다. 세트 중반까지 17-14로 앞섰으나 이후 내리 5점을 내주며 17-19로 역전을 허용했다. 허수봉과 임동혁의 좌우쌍포가 터지며 다시금 접전 양상을 만들었고, 21-21에서 실점을 했으나 중국의 안테나 터치에 관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판정을 뒤집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후 듀스로 이어진 승부. 26-27에서 임성진의 공격과 임동혁의 블로킹으로 28-27 재역전에 성공했고, 중국 원쯔화의 공격이 코트 밖으로 벗어났다. 중국은 한국 블로커의 네트 터치 여부에 관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이 유지되면서 한국은 29-27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경기 직후 라미레스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전원이 코트로 뛰어나와 기쁨을 만끽했고, 주장 차영석은 울먹이며 7년 만의 4강 진출의 기쁨을 표현했다.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 시즌에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웠으나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한 에이스 허수봉이 21점을 올렸고, 조별리그에서 부상을 당했던 임동혁이 선발 출장해 21점을 폭발시키며 공격진을 이끌었다. 한태준과 우리카드에서 오래 뛰며 호흡을 맞춰온 이상현이 고비마다 속공을 터뜨리며 팀 내 세 번째인 14점을 올리며 상대 블로커들을 흔들었고, 2세트부터 선발로 나선 임성진도 11점을 보탰다.
한국은 12일 일본-인도전 승자와 결승행 티켓을 두고 맞대결을 펼친다. 일본이 조별리그 3전 전승에 1번 시드를 받은 만큼, 4강전 상대는 일본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