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귀했던 시절 감자로 빚었다…강원도 산골의 지혜 담긴 ‘감자송편’ [FOOD+]

감자전분과 건더기 활용해 떡으로…삭힌 감자 특유의 맛과 향도 특징

갓 쪄낸 감자송편은 속에 넣은 소가 비칠 정도로 투명하고, 감자 특유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이다. 오늘날 강원도를 대표하는 향토 별미 감자송편은 과거 쌀이 귀했던 이 지역에서 감자를 활용해 끼니를 해결하는 음식으로 출발했다. 

 

감자송편.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12일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감자송편은 감자가 많이 재배되는 강원도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감자를 갈아 얻은 전분과 감자 건더기를 반죽하거나 감자전분을 익반죽해 만든다. 감자전분을 활용한 송편은 감자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보관 어렵던 시절, 감자 활용해 만든 떡

 

감자송편에는 강원도 산간지역의 환경과 식생활이 반영돼 있다. 쌀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강원도에서는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감자를 활용해 떡을 만들었으며, 강낭콩이나 팥 등을 소로 넣어 먹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 포털 지역N문화에 따르면 과거 강원도에서는 감자를 저장해두는 과정에서 감자가 얼거나 썩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변한 감자를 가루로 만들어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송편을 빚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감자전분과 감자 비지를 반죽해 만든 감자송편은 어려운 시절 강원도에서 먹던 구황작물로 전해진다. 

 

◆ 감자전분에 비지 섞어 만든 투박한 별미

 

감자송편은 일반적인 쌀 송편과 만드는 방식부터 다르다. 감자를 갈아 전분과 건더기를 분리한 뒤 이를 함께 섞어 반죽하고, 팥이나 콩 등을 소로 넣는다. 한국전통지식포털에도 감자전분과 감자 건더기를 섞어 만드는 감자떡의 조리법이 소개돼 있다.

 

모양에도 감자송편의 특징이 드러난다. 감자전분 반죽을 오목하게 빚은 뒤 소를 넣고 손바닥에 올려 손가락으로 눌러 자국을 내는 방식이 전통 조리법으로 전해진다.

 

◆ ‘삭힌 감자’가 만든 독특한 향과 맛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감자송편의 독특한 풍미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 중 하나는 감자를 삭혀 전분을 만드는 것이다. 과거 강원도에서는 감자를 오래 삭히거나 썩힌 뒤 전분을 분리해 보관했다가 감자송편을 만드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한국전통지식포털에는 감자를 여름철 약 20일가량 썩힌 뒤 곱게 갈아 3~4일간 윗물을 여러 차례 갈아내고, 앙금을 햇볕에 말려 감자전분을 만드는 방법이 기록돼 있다. 이렇게 만든 전분은 삭힌 감자 특유의 맛과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지역N문화 역시 강원도의 감자송편을 소개하면서 삭힌 감자의 맛과 향이 강했다고 설명한다. 감자를 삭히는 전통적인 과정이 감자송편만의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낸 셈이다.

 

◆ 삭힌 감자 향은 옅어지고, 대중적인 별미로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오늘날 감자송편은 끼니를 잇기 위해 감자를 활용하던 음식에서 강원도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감자의 특성과 감자전분 특유의 식감을 살린 음식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별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만 전통적인 ‘삭힌 감자’를 활용한 감자송편은 점차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역N문화에 따르면 최근에는 삭힌 감자의 강한 맛과 향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가 있어 감자를 삭히지 않고 바로 갈아 송편을 만드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감자송편의 특징이었던 강한 향을 줄인 형태의 감자송편도 나타나고 있다.

 

감자송편은 쌀이 부족했던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감자를 활용해 만든 음식에서 출발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감자전분과 건더기를 함께 활용하고, 삭힌 감자로 특유의 맛과 향을 더했던 조리법에는 당시 강원도 사람들의 식생활과 식재료 활용 방식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