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이란의 지휘 아래’ 바브엘만데브 해협 거점 신속 장악… 중동전쟁 판도 흔드나

중동 양대 물류 동맥 동시에 압박… 전 세계 원유 수급에 비상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 남부 군사 거점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중동 전쟁 판도를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와중에 후티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조여오면서 전 세계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달 휴전 종료를 선언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홍해 거점 항구도시 모카를 점령하고, 전략 요충지인 홍해 하니시 제도까지 장악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예멘 사나에서 열린 동원 캠페인에서 예멘 후티 반군 대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예멘 정부군과 사우디아라비아 동맹군은 바브엘만데브해협을 굽어보는 두바브와 페림 섬 일대로 급히 병력을 보내 방어에 나섰지만 후티의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후티의 사우디 본토 타격 화력이 거세면서 동맹군의 입장에선 전선 유지에 큰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안보 분석기관 이글 인텔리전스 등은 현 상황을 중동의 양대 물류 동맥이 동시에 위협받는 ‘이중 초크포인트’ 위기로 규정했다. 호르무즈해협과 바브엘만데브해협이 막히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우디와 걸프 산유국들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를 차지하던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자, 원유 수출 물량을 홍해 쪽 동서 송유관으로 대거 우회시켜 왔다.

 

하지만 후티가 홍해 남쪽 출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마저 완전 장악하면 아라비아반도 동서 양쪽의 수출로가 모두 막히는 초유의 포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예멘 안보 전문 연구소 아바드 스터디는 “후티 반군은 해협을 완전히 점령하지 않더라도 모카항 장악과 드론·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만으로 통항로를 사실상 마비시킬 역량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이번 후티가 홍해 군사거점 지역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직접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예멘 군 소식통들은 통신 감청 내용과 생포된 후티 반군 포로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번 작전을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압둘 레자 샤흘라이가 총괄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역내 외교관도 최근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여러 명이 예멘으로 건너가 후티 반군의 공격을 현장에서 지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으로 전선을 넓히는 전략도 이란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측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후티 반군에 추가 자금과 무기 지원을 약속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도록 지난주 지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 당국자는 “모카 진격은 이란이 아닌 후티 반군의 결정이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이번 작전이 이란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걸프 국가의 두 번째 핵심 수송로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이 봉쇄될 수 있다는 공포에 이날 브렌트유 가격은 단숨에 3.5%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브렌트유에 이어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도전 거래일 대비 6.43달러(6.69%) 오른 배럴당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 유종 가격 모두 지난 5월19일 이후 가장 높다.

 

아울러 후티의 바브엘만데브 진격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제재와 해상 봉쇄, 군사 타격 등으로 수세에 이란 정권에는 미국의 양보를 압박할 수 있는 회심의 반전 카드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