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은 에어프라이어를 쓸 때 바닥에 종이호일을 깔아두는 소비자가 대다수이다. 기름때가 눌어붙지 않아 번거로운 세척을 줄일 수 있고, 알루미늄호일과 달리 중금속 노출 우려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 종이’라는 수식어 뒤에는 고온 조리 시 발생하는 화학적·물리적 위험이 숨어 있다. 설정 온도와 조리 습관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화합물을 음식과 함께 섭취하거나,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20도 넘기면 실리콘 코팅층 분해 위험
종이호일이 기름과 수분에 젖지 않고 매끄러운 형태를 유지하는 비결은 펄프 표면에 얇게 도포된 ‘실리콘 수지(폴리실록산)’ 코팅이다.
제조사들이 표기하는 종이호일의 통상적인 안전 내열 온도는 220도 안팎이다. 문제는 에어프라이어의 가열 구조이다. 공기 대류 과정에서 상단 열선 바로 아래나 열풍이 집중되는 국소 부위는 순간 온도가 230~250도 이상으로 치솟기 쉽다.
내열 한계를 초과하면 실리콘 코팅층의 분자 결합이 느슨해지면서 저분자 실록산 등 미세 유기 화합물이 기화한다. 이 물질들이 기름진 고기나 생선 표면에 그대로 흡착되거나, 조리실 내부 증기에 섞여 호흡기로 흡입될 위험성이 제기된다.
펄럭이는 종이 끝… 불완전 연소와 화재 부른다
화학적 변성보다 더 즉각적인 문제는 물리적 과열이다. 에어프라이어는 내부의 고속 팬으로 뜨거운 공기를 강하게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바스켓 크기보다 호일을 지나치게 넓게 깔았거나 식재료의 무게가 가벼운 경우, 강한 바람에 날린 종이 가장자리가 상단 열선(히터)에 직접 닿기 십상이다.
순식간에 불꽃이 튀며 화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열선에 닿은 종이 모서리가 검게 타들어가며 그을음(미세 탄소 입자)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 불완전 연소 부산물을 뿜어내 조리 중인 음식 전체를 오염시킨다.
안전한 에어프라이어 활용 수칙
편리함과 안전을 동시에 챙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종이호일을 깔았다면 기기 설정 온도를 최대 200도 이하로 제한하고, 30분쯤 이상의 장시간 연속 고온 가열은 피한다.
종이가 위로 솟구치지 않도록 바스켓 바닥 크기에 맞춰 가장자리를 가위로 잘라내고, 재료를 넓게 펴 올려 무게로 종이를 눌러준다.
음식물 없이 종이호일만 넣고 예열을 돌리면 가벼운 종이가 즉각 열선으로 빨려 들어가 화재 위험이 극대화된다. 반드시 재료를 올린 상태에서 작동해야 한다.
200도 이상의 고온 조리가 잦다면 일회용 종이호일 대신 내열성이 검증된 식품 등급(플래티넘 실리콘) 전용 용기나 스테인리스 메쉬망을 활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주방의 수고를 덜어주는 일회용품도 기기의 가열 원리와 내열 한계를 벗어나면 위험 요소로 돌아선다. 타지 않는다고 해서 코팅까지 온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