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살해' 정재환 “만취”… 유족 “동물보다 못하게 죽어” [사건수첩]

10년 지기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정재환(24)이 첫 재판에 이어 살인의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다. 유족들은 “아들이 로드킬 당한 동물보다 못하게 죽었다”며 법정에서 오열했다.

 

11일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정한근) 심리로 열린 정재환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살인과 상해, 절도 혐의의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재환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고인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해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범행에 대한 인식과 의사(고의성)는 부인한다”고 해명했다. 정재환도 “변호인과 의견이 같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네”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정재환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원론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고의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며 “피고인의 경우 범행 직후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를 한 만큼, 범행 전후의 정상과 정황을 모두 살펴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유족 측은 정재환이 감형을 받기 위해 술수를 부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정재환 측이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 단계에서 이미 관련 검사가 충분히 이뤄진 데다, 정신감정으로 인해 재판이 불필요하게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북 경산시에서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재환의 신상 정보. 경북경찰청 제공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고인이 주취 감형을 노리고 만취 상태를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신청한 것”이라며 “범행 직후 행동을 보면 만취 상태였더라도 자신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심리 상태를 확인하는 건 심신 미약 인정 여부와 별개로 중요한 사안이라며 기록을 검토해 정신감정 필요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방청석을 채운 유족과 피해자의 친구들은 재판 내내 눈물을 훔치거나 오열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피해자의 아버지는 정재환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며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재판이 돌아가더라도 정확하게 가는 길이라면 저희는 참고 기다릴 수 있다”며 “군 복무 기간 말고는 제 품에서 키운 자식이 로드킬 당한 동물보다 못하게 죽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너무 처참하게 죽어 아들의 마지막 손조차 잡아보지 못했다”며 "매일 사진 하나를 보며 평생 죄인처럼 살아야 한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재환은 지난 7월 4일 오전 3시 40분쯤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한 아파트에서 친구 A(24)씨 등과 술을 마시던 중 A씨를 무차별 폭행하고 흉기로 40차례나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친구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특히 정재환은 범행 직후 온몸에 피를 묻힌 채 나체 상태로 인근 편의점에 들어가 바나나 우유를 마시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이후 거리를 배회하다 집으로 돌아간 정씨는 긴급 체포 직전 고가의 롤렉스 시계 등을 챙기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