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이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모집회를 주도해온 활동가 3명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7년형을 선고했다.
11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웨스트카오룽 법원은 이날 홍콩 국가보안법상국가정권 전복 선동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소속 리척얀과 차우항퉁에게 각각 징역 7년과 7년 3개월을 선고했다.
또 다른 활동가 앨버트 호에게는 징역 5년 2개월이 선고됐다. 리척얀과 차우항퉁은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했으나, 앨버트 호는 유죄를 인정한 점 등이 반영돼 상대적으로 낮은 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이끌던 단체가 오랫동안 내세워온 “일당독재 종식” 구호가 중국 공산당 통치를 전복하거나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폭력이나 폭력 위협을 수반하지 않았고, 실제 실행 수단이나 시점을 제시한 것도 아니라고 인정했다. 다만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국가안보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이 정치적 견해 자체 때문에 처벌받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리척얀의 부인 엘리자베스 탕은 기자들과 만나 리척얀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우항퉁 측도 항소 방침을 전했다. 탕은 “홍콩에는 더 이상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없다”며 이번 형량이 많은 시민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련회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결성된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단체다.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저녁 홍콩 빅토리아파크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어왔다.
중국 본토에서는 톈안먼 시위에 대한 공개적인 추모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촛불집회는 ‘일국양제’ 아래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상징하는 행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홍콩 경찰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공중보건 위험 등을 이유로 촛불집회를 금지했고, 이후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지련회와 지도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
리척얀 등은 2021년 국가정권 전복 선동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련회는 계속된 당국의 압박에 같은 해 9월 자진 해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티브 리 홍콩 경찰 국가안보 부문 책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유사한 행동을 계획하는 이들은 정부의 국가안보 수호 의지를 시험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적용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AP는 지난 2월 친민주 성향 언론재벌 지미 라이도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으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