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넘는 네팔 홍수 복구비… COP31 ‘기후 보상’ 시험대 [기웃, 기후]

‘기후재난, 누가 얼마나 책임질 것인가’
네팔 홍수가 던진 숙제… COP31서 답 나올까

네팔 대홍수의 초기 복구비용만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네팔 정부가 국제사회에 ‘기후 청구서’를 내밀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큰 탄소 다(多)배출국이 네팔과 같은 기후취약국의 피해를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11일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 등은 네팔 대홍수 초기 복구에 약 50억달러(한화 6조72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향후 5개월간 진행될 1단계 복구 작업에 필요한 비용이다.

 

네팔 군인들이 네팔 베트라와티 마을에서 홍수 피해로 파괴된 집들을 살펴보고 있다. AP통신 제공

지난 달 말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네팔과 중국 티베트 지역에서는 12곳이 넘는 수력발전소와 도로, 교량, 주택 등 각종 기반시설이 초토화됐다. 인명피해도 빠르게 늘어 최소 1300명이 숨지고 53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 정부는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국제기구와 미국·중국·인도·유럽연합(EU) 등 각국 대사관에 복구 비용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손실과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 이사회에도 서한을 보내고 긴급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스와르님 와글레 네팔 재무장관은 서한에서 “최빈개도국이자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산악국가인 네팔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불균형적이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영향을 계속해서 감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네팔에 대한 조기 지원은 이번 재난의 즉각적인 피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후취약국이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넘어서는 손실과 피해에 직면했을 때 손실과 피해 대응기금이 실질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며 신속한 기금 지원을 요청했다.

 

◆시험대 오른 ‘손실과 피해 기금’…실납입액 턱없이 부족

 

손실과 피해 기금은 선진국이 촉발한 기후변화로 재난과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 기후취약국의 복구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이다.

 

선진국과 주요 배출국은 산업화 이후 대량의 온실가스를 뿜어냈다. 영국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카본브리프’(Carbon Brief) 분석에 따르면 1850년부터 2025년까지 인류가 화석연료 연소와 시멘트 생산, 토지이용 변화로 대기 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총 2조6510억t에 달한다. 이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웃돈다. 중국은 13%,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12% 수준이다.

 

반면 네팔이 1751년 이후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누적 배출량의 0.0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홍수, 가뭄, 빙하 붕괴 등의 피해는 네팔과 같은 기후재난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집중되고 있다.

 

2022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금 설립이 결정됐고, 이듬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운영 체계가 마련됐다. 당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1750만 달러(한화 약 235억원) 기여를 약정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기금 이사회에서도 철수했다. 독일과 UAE는 1억 달러(한화 약 1345억원) 이상을 약정했고, 한국은 700만 달러(한화 약 94억원)를 약정했다.

 

지난 3월 기준 기금에 실제 납입된 재원은 약 4억4800만 달러(한화 6034억6000만원)에 그쳤다. 약정액 8억2206만 달러(1조1073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네팔 정부가 이번 대홍수 복구재건에 최대 5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한 점을 고려하면 기금에 들어온 돈을 모두 네팔에 투입하더라도 필요액의 9% 수준에 그친다.

 

지난 4일(현지시간) 네팔 베트라와티 마을이 대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토사에 덮여 있다. 뉴시스

■ COP31에선 진전 있을까… 네팔 대홍수 주요 의제로

 

네팔은 오는 11월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기후재원 확대와 기후적응, 산악지역 기후취약성, 손실과 피해 문제 등을 국제사회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네팔 농업·산림·환경부는 네팔의 우선순위와 협상 입장을 담은 국가 성명(country position paper)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일 UNFCCC가 공개한 COP31 잠정 의제에는 ‘기후변화 영향과 관련한 손실과 피해에 관한 바르샤바 국제메커니즘’, ‘손실과 피해 기금 보고 및 기금에 대한 지침’이 포함됐다. 보다 앞서 COP31 튀르키예·호주 의장단이 지난 5월 제2차 의장단 서한에서 “손실과 피해 분야에서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겠다”고 밝힌 만큼, COP31에서 기후취약국 지원을 위한 국가 간 공감대와 구체적 이행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기후변화가 이번 대홍수의 강도를 얼마나 키웠는지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속적 기온 상승으로 빙하와 고산지대의 암석·얼음이 불안정해지면서 재난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기후변화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긴 아직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고산지대에 중국과 주변국들의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면서 재난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재난의 어느 범위까지를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로 볼 것인지, 또 국제사회의 기후재원이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지원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의가 추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기웃거리다 주워 담은 모든 기후 이야기를 풀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