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드론 전력 확충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자폭 드론을 개발하는 등 드론 전력 강화 기조를 내세우는 것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각종 드론과 대드론 체계 개발·도입 사업을 대거 포함했다. 각 제대별로 드론 작전 능력을 갖추려는 의도다.
하지만 드론 사업을 통합적 관점에서 진행하지 않는다면, 예산 낭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각종 자폭드론·무인정찰기 사업 포함
내년도 국방예산안에는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과 서북도서 감시정찰 능력을 높일 함탑재정찰용/서북도서 무인정찰기 사업 예산이 약 91억원 편성됐다. 지난해엔 376억원이 투입됐다.
해당 사업은 2023∼2028년 1464억원을 투입해 회전익 무인정찰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2024년 체계개발이 시작됐으며, 오는 11월쯤 시제기가 인도된다. 이후 개발 및 운용시험평가를 실시한다.
무인기는 한화시스템이 오스트리아 쉬벨사의 회전익 무인기 S-300K 플랫폼과 기술을 활용해서 제작한다.
레이더·항공전자컴퓨터 등 핵심 장비 대부분을 쉬벨사가 납품한다. 한화시스템은 광학/적외선(EO/IR)을 맡는다.
군집드론은 블록Ⅰ 연구개발비 1억원이 내년 국방예산에 처음으로 반영됐다. 사업 착수를 위한 최소 예산 규모다.
2030년까지 1064억원을 투입, 육군 대대급에서 표적을 자동 탐지·인지·타격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자폭형 군집드론 블록Ⅰ을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연구개발로 추진한다. 양산은 2031∼2033년에 이뤄진다.
블록Ⅰ은 비행체, 지상통제장비, 다연장 발사차량, 지상중계차량으로 구성된다.
작전 반경은 수㎞로서 북한군이 휴전선 일대에 배치한 근거리 전술탄도미사일(CRBM) 발사차량 등을 타격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한국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지난 7월 사업 타당성 조사에선 상급부대 변경에 따른 소요와 임무 및 운영 개념, 대대급 이하의 편제 등 중대한 변동이 있으면 사업 추진 타당성을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정책·지원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추진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거리 자폭드론 사업도 내년 예산안에 383억원이 반영됐다.
국외 국매 방식으로 진행되는 중거리 자폭드론 사업은 지난해 첫 입찰공고와 재공고가 모두 유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7월 관련 소요가 드론작전사령부에서 육군으로 넘어갔다. ‘연내 계약·2028년 전력화’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소형공격드론 사업은 내년 예산에 1억2000만원이 처음 반영됐다.
해당 사업은 2030년까지 약 462억원을 투자해 육군 신속대응사단과 해병대 상륙사단 예하 대대에서 적 지휘·통신차량 등을 정밀타격하는 소형공격드론 수십 세트를 구매하는 사업이다.
2018년 신규 소요가 제기됐으나, 기술수준과 도입방식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면서 사업추진 방식이 계속 바뀌었다.
현재로서는 국내 구매 방식이 유력하며, 2027년 12월 기종선정 및 계약을 할 예정이다.
분대급 소형대인자폭드론 블록-Ⅰ도 내년 예산안에 50억원이 첫 반영됐다.
보병 분대급 근접전투에서 숨어있는 적 지휘자와 저격수 등을 타격할 소형 대인자폭드론을 2030년까지 445억원을 들여 확보하는 사업이다. 올해 말 제안요청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내년에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소총사격무인항공기 사업도 내년 예산에 43억원이 배정됐다.
2025∼2028년에 485억원을 투입, 산악·도심작전과 해안침투저지작전을 위해 소총을 장착한 무인기를 확보하고, 신속시범획득사업으로 들여온 장비의 성능 개선 작업을 한다.
다만 지난해 5∼7월 1차 입찰은 2개 업체 중 1개 업체 제안서가 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같은 8∼9월 재입찰은 구매시험평가에서 성능을 충족하지 못했다.
올해 5∼7월 재입찰공고를 실시했으며, 절차가 순조로우면 연내 계약이 이뤄진다.
이외에도 대대급 무인정찰기가 적 전자 공격에 의해 통제권을 상실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상용 위성항법체계(GPS)를 군용 GPS로 교체하는 경미한 성능개량 사업도 추진된다.
◆대드론도 확보…사업 통합 추진 필요도
드론 위협에 맞서는 대드론체계 구축 작업도 속도를 낼 모양새다.
접적지역대드론통합체계는 내년 예산에 341억원이 반영됐다.
2028년까지 1107억원을 투입해 휴전선과 서북도서 등으로 침투하는 적 무인기를 멀리서부터 탐지·식별·타격하는 체계를 국내 구매 방식으로 확보한다.
2022년 말 북한 무인기 침투 이후 소요가 결정됐으며, 지난 8월까지 구매시험평가가 이뤄졌다.
체계는 탐지레이더, 영상식별장치, 안테나(재머), 통합콘솔로 구성된다. 경계부대 지휘통제실에서 원격 운용한다.
레이더가 접적지역 북쪽에서부터 드론을 탐지하면, 영상식별장치가 해당 항적으로 지향해서 식별한다. 표적이 식별되면 재밍 신호를 발사해서 무력화한다.
이를 통해 수 초 이내에 드론을 추락 또는 방향을 상실하도록 한다.
소형무인기대응체계 블록-Ⅰ은 내년 예산에 301억원이 배정됐다.
2029년까지 1223억원을 투자해서 적 소형무인기의 GPS에 재밍을 실시, 추락 또는 경로이탈을 유도하는 체계다.
국지방공레이더나 방공체계로부터 적 소형무인기 항적정보를 수신하면, 재밍 신호를 방사해 경로 이탈을 꾀한다.
연내 양산계약을 맺고 2029년까지 전력화할 예정이지만, 군 당국은 납기 증가 등을 이유로 사업 기간 1년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드론 외에도 AI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개발 사업도 내년 예산안에 반영됐다.
내년 예산에 9억원이 배정된 해상인공지능와치봇 사업은 함정의 항해안전보장을 위해 영상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를 AI로 분석해서 감시공백을 최소화하는 체계를 연구개발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2032년까지 약 496억원이 투입된다. 내년 초 제안요청서를 확정하고 입찰공고를 거쳐 하반기에 체계개발에 들어간다.
360도 감시 카메라와 고성능 광학카메라, 근거리카메라와 다른 센서 등이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AI가 표적을 식별하고, 이를 모니터에 보여준다. 지상에서는 학습 서버를 구축해서 AI 학습 및 자료 검증을 한다.
군 당국이 드론 및 대드론 체계와 AI 기술에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미래전 대비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통합적 차원에서의 드론·대드론 전력증강 관련 조율이 더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폭드론도 군집드론과 소형 자폭드론, 소형 대인자폭드론 등 용도에 따라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다. 이는 작전 상황에서 무기체계 운용에서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단일 자폭드론 체계를 구축하고 전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이 가능한 방식을 추구하면서, 중복되는 부분을 제거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사라지고 드론본부로 재편되는 것도 변수다.
드론작전사령부는 전략적 수준의 정찰·타격이 가능한 무인기를 확보하기 위해 관련 소요를 제기하고, 전력증강 로드맵을 구상해왔다. 중거리 자폭드론과 군집드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드론작전사령부가 없어지면서 드론 소요가 각 군으로 넘어갔다.
각 군으로선 기존의 전력증강 사업과 부딪힐 수 있다. 드론작전사령부의 전술 및 운용방식이 각 군과는 다를 수도 있다.
이는 소요를 다시 제기하거나 수정해야 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사업추진 일정이 지연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면서 예산 불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드론 및 대드론 관련 소요와 예산 집행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면서 작전 유연성을 높이고, 드론 관련 사업이 지나치게 증가하지 않도록 소요 조정 작업 및 사업 타당성 조사 등을 면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