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놀(혼자 놀기)’의 가장 좋은 점은 나한테 집중할 수 있다는 거죠.”
인천 계양구에 거주하는 김모(26)씨는 집에서뿐 아니라 외출할 때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대학생 시절 여러 단체 활동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일에 피로감을 느낀 게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그는 혼밥(혼자 밥먹기)·혼영(혼자 영화보기)을 넘어 전시와 공연·페스티벌, 여행까지 다양한 여가활동을 혼자 즐기기 시작했다.
김씨는 “특히 혼자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 문화를 조용히 둘러보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친구의 일정이나 취향에 맞출 필요가 없어 좋고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일정을 채울 수 있는 것뿐 아니라
피로도 자체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여가를 혼자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신의 뜻과 취향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흐름이 이른바 ‘혼놀’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 여가 절반 이상 ‘혼자’, 확산하는 ‘혼놀’ 문화
15일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이 참여한 여가활동의 주 동반자로 ‘혼자’를 꼽은 비율은 56.6%로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가족과 함께’라는 응답은 같은 기간 0.4%포인트 감소했다.
‘혼놀’ 문화가 확산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들을 묶어 ‘혼놀 코스’로 소개하는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구독자 22만여명을 보유한 유튜버 ‘YUZU 유즈’는 지난달 8일 ‘혼놀기록1 후암동편’ 영상을 올리고 소품숍과 갤러리 등을 잇는 자신만의 혼놀 코스를 소개했다. 그는 영상에서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혼자 있기에 뻘쭘한 곳은 혼자 가기가 꺼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혼자 놀기 좋은 코스들을 소개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기록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혼밥·혼영 넘어 여행·공연까지…넓어진 ‘혼놀’ 영역
혼자 즐기는 여가의 범위도 더 이상 식사나 영화에 머물지 않는다. 여행과 공연 같은 문화생활에서도 혼자 즐기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지난 7월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지난해보다 9% 증가했다. 국내 혼자 여행을 위한 숙소 검색량은 7%, 해외는 11% 각각 늘었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놀유니버스가 지난 4월 공개한 ‘2025년 공연·티켓 결산’에 따르면 놀(NOL)과 놀 티켓의 전체 예매 건 가운데 1매 예매 비중은 절반에 육박했다. 장르별로는 콘서트가 59%, 연극 57%, 뮤지컬 55% 순이었다.
◆ 내 방식대로 놀래…개인주의 확산도 한몫
이 같은 ‘혼놀’ 문화의 확산세는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중시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전보다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과 비용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각각 47.5%, 49.2%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자신을 위한 시간과 비용 투자에 적극적인 경향을 보였다. ‘나를 위한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은 10대 61.5%, 20대 57.0%였으며, ‘비용이 늘었다’는 응답도 각각 66.0%, 58.5%에 달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개인주의적으로 변하면서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할 경우 자신의 뜻대로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며 “집단을 위해 무의미하게 희생하지 않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자신에게만 몰두하고 인간관계를 맺지 않으면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혼놀’ 문화 확산을 초연결사회의 이면으로 바라보는 분석도 나온다. 곽 교수는 “과거와 달리 SNS를 통해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다 보니 관계에 피로를 느낀 사람들이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 언제든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어 혼자 있더라도 단절에 대한 부담은 덜해서 물리적으로는 혼자 있기 쉬운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