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대원 사건 관련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한 배경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날 “‘민주, 안전, 민생’을 중심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법에 기댈 수 있는 법무행정을 펼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비전·정책방향 메시지를 냈다. 12·3 비상계엄 직전 민간인이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군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변호인단 “당연한 결론”… 특검 항소할 듯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날 범인도피·직권남용·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당시 법무부 차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 윤석열정부 외교·법무라인 고위 인사들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이 전 장관 호주 도피 의혹은 2024년 3월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자 윤 전 대통령 등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채해병 특검팀(특검 이명현)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8월 일명 ‘VIP 격노설’ 등 의혹 제기가 본격화하고 자신과 직접 통화한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되자 그를 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내보내려 했다고 보고 윤 전 대통령 등을 기소했다. 채해병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달에야 공수처의 출국금지 조처 사실을 인지한 만큼, 출국금지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해 그를 대사로 임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특정 인물을 외국 대사로 임명하는 게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는지에도 의문을 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출국시키려 인사 절차를 형식적으로만 진행토록 지시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와 그에 대한 공수처의 출국금지 처분을 해제하라고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따.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선고 후 입장문을 내 “법리와 기록에 비춰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며 “정상적인 행정 작용과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 행사까지 사후적으로 직권남용이라 규정해 처벌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의 인사와 정책 판단을 형사 재판정에 세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채해병 특검팀은 무죄가 선고된 만큼,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판결문을 검토·분석해 항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金 “민주·안전·민생 중심 법무행정 펼 것”
김 후보자는 우선 민주주의를 지키고 공정한 법 집행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과 함께 내란을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헌정질서를 굳건히 지키겠다”며 “권력과 자본의 불법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현장에 정착시켜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도 다짐했다. 그는 “70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전환에 맞춰 (검찰청의 후신인) 공소청 출범을 빈틈없이 준비하겠다”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위법·부실 수사와 사건 처리 지연을 막고, 시행 이후에도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들어 문제를 신속히 보완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전자감독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범죄 예방을 강화하고, 피해자에게 경제·법률·심리 지원이 제때 닿도록 하겠다”며 “피해자가 평범한 하루를 되찾을 때까지 국가가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생과 관련해서는 “이민자·외국인의 보편적 인권을 보호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 신속한 재기를 돕겠다”며 “시대 변화에 맞게 민생법률을 정비하고 무료 법률지원과 AI 기반 법률서비스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후보자는 “돈이 없거나 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권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법의 보호가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이 먼저 닿게 하겠다”고도 했다.
◆재판부 “외부에도 알려진 내용, 고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이현경)는 군기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 전 사령관에게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 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전날인 2024년 12월2일 노 전 사령관에게 군사비밀 임무의 현황 정보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사항 등을 알려준 혐의로 기소됐다. 문 전 사령관은 당시 노 전 사령관과 통화에서 “특수부대, 임무, 장비”, “(김 전 장관이) 저희 임무 관련해서 보고 좀 해달라고 하셔서 보고드렸다”, “준비 좀 하라고 하셨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외부에도 알려진 정보사의 조직 편제, 기타 군부대 또는 민간에서 보유하거나 운용하는 장비로서 그 내용이 외부에 누설된다고 해서 군사목적상 위해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문 전 사령관의 발언만으로는 노 전 사령관이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 이상의 자료를 제공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당일 오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넘어 군사상 기밀을 누설하고자 하는 고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다만 재판부는 통화가 녹음된 블랙박스 SD카드와 전자정보 압수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노 전 사령관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