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변비나 과민성장증후군 등 위장관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DHD 환자를 진료할 때 정신·행동 증상뿐 아니라 장 건강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다.
영국 워릭대 사란 샨티쿠마르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주의력장애 저널(Journal of Attention Disorders)’에 전 세계 23개 연구, 190만여명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ADHD가 있는 사람의 전반적인 위장관 증상 가능성이 ADHD가 없는 사람보다 4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의학 연구 데이터베이스인 MEDLINE, Embase, APA PsycInfo에서 ADHD 진단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검색해 기준을 충족한 23건의 연구를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ADHD와 기능성 위장관 증상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증상별로 보면 변비가 나타날 가능성이 97% 높아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과민성장증후군은 58%, 소화불량은 52% 높았다.
배변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유분증(encopresis)이 나타날 가능성은 4배 이상 높았고, 설사는 2배 이상, 복통은 8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로 분류되지 않은 위장 또는 장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82% 높았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사라 블레이크 연구원은 “살펴본 거의 모든 장 관련 증상이 ADHD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증상은 ADHD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쉽게 간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ADHD가 위장관 문제를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ADHD와 장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ADHD와 관련된 충동성이나 불규칙한 식사 습관 등이 소화기 증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했다. ADHD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 변비 등 위장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내 미생물 구성의 차이나 장-뇌 축(gut-brain axis)의 이상도 가능한 연결 고리로 꼽힌다. 특히 장과 뇌를 연결하는 미주신경의 조절 이상이 ADHD와 위장관 증상 사이의 연관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샨티쿠마르 교수는 “아직 ADHD가 이러한 장 관련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양상은 주의를 기울일 만한 정도로 뚜렷하다”며 “ADHD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위장관 증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ADHD 환자를 진료할 때 변비나 과민성장증후군 등 위장관 증상이 있는지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증상이 복잡한 경우에는 영양사나 소화기내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DHD는 주의력 저하와 과잉행동·충동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일상생활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발달장애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의 약 5%, 성인의 3~4%가 ADHD를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ADHD 진단이 지난 40년간 크게 증가했지만 ADHD 환자에게 위장관 증상이 얼마나 흔하게 나타나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생물학적 요인과 약물의 영향을 구분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