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때부터 14년 동안 왕비 대행… 노르웨이 공주 별세 [이 사람@World]

故 하랄 5세 누나인 아스트리드 공주
호콘 8세 현 국왕 고모… 94세로 타계
“평생 취약한 이들 포용하는 데 헌신”

노르웨이 국왕의 손녀로 태어나 할머니인 왕비 그리고 어머니인 왕세자빈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22세 때부터 14년가량 왕비 대행 역할을 한 아스트리드 공주가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얼마 전 89세 나이에 타계한 하랄 5세 국왕의 누나이자 호콘 8세(53) 현 국왕의 고모에 해당한다.

1986년 노르웨이 왕실의 아스트리드(1932∼2026) 공주와 그보다 5살 어린 남동생 하랄 5세(1937∼2026) 국왕이 함께한 모습. 당시 하랄 5세는 왕세자 신분이었다. 아스트리드는 지난 8월 먼저 세상을 떠난 하랄 5세의 장례식 이틀 만에 별세했다. 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노르웨이 왕실은 이날 아스트리드 공주의 부고(訃告)를 국민에게 알렸다. 5살 어린 남동생이자 전 국왕인 하랄 5세 서거 후 겨우 14일 만의 일이다.

 

고인의 조카인 호콘 8세 국왕은 “아스트리드 공주는 긴 생애 동안 왕실을 따뜻하고 충실하게 대표해 왔다”며 “항상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돌보고 포용하는 데 특별히 신경 썼다”는 말로 고모를 애도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공주의 장례는 국가 예산으로 치르게 된다”며 “노르웨이 전역에 국기가 조기(弔旗)로 게양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아스트리드 공주가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9일 오슬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하랄 5세의 장례식이었다. 당시 공주는 의장대원이 미는 휠체어에 앉아 슬프면서도 힘겨운 표정으로 남동생이자 전 국왕이 국민과 작별하는 의식을 지켜봤다. 노르웨이 국민으로선 국상(國喪)을 치르고 불과 이틀 만에 다시 왕실의 비보를 접한 셈이다.

 

아스트리드 공주는 1932년 당시 노르웨이 왕세자이던 올라프 5세(1957∼1991년 재위)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초반인 1940년 4월 나치 독일이 노르웨이를 침공해 점령했을 때 왕실이 영국 런던으로 망명을 떠나면서 그도 어린 시절 일부를 런던에서 보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하랄 5세 전 국왕의 장례식에 누나인 아스트리드 공주가 휠체어를 타고 참석한 모습. 이틀 뒤인 11일 아스트리드 공주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며 이것이 공주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마지막 사진으로 남게 됐다. AP연합뉴스

올라프 5세가 아직 왕세자 신분이던 1954년 아스트리드 공주의 어머니인 마르타 왕세자빈이 세상을 떠났다. 당시 국왕이던 호콘 7세(1905∼1957년 재위)도 일찌감치 상처(喪妻)한 처지였다. 이에 22세 나이의 아스트리드 공주가 공화정 국가의 이른바 ‘퍼스트레이디’처럼 왕비 대행을 맡아 각종 외교 행사 등에 참석했다.

 

남동생이자 왕세자이던 하랄 5세가 1968년 결혼한 뒤에야 아스트리드 공주의 왕비 대행 역할은 비로소 끝이 났다.

 

아스트리드 공주의 건강은 최근 몇 달 동안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생전에 남편과의 사이에 두 아들과 세 딸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