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신생아의 유전질환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찾아내기 위한 전장유전체 선별검사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는 희귀유전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향후 국가 차원의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김자혜·황수진 교수팀은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프로젝트 ‘아기지기’(AGIJIGI)의 참여자 모집을 지난 8월부터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아기지기 프로젝트는 생후 28일 이내의 일반 신생아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해 희귀유전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동시에 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는 국가 공중보건사업이다.
희귀유전질환은 질환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신생아 선별검사는 약 50종의 선천성 대사이상질환과 6종의 리소좀 축적질환, 청각 선별검사 등에 한정돼 있어 검사 대상이 제한적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선별검사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유전질환까지 폭넓게 확인하기 위해 신생아의 유전체 전체를 분석한다.
연구팀은 지난 4월부터 다학제 협의체 구성과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 참여자 모집 및 유전상담 체계 마련 등 준비 절차를 진행해왔다. 이후 지난 8월부터 실제 신생아를 대상으로 참여자 모집에 들어갔다.
올해 1차 연도에는 500명을 모집하고, 2028년까지 총 1800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는 주관 연구기관인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부산양산대병원 등 전국 6개 병원이 참여한다. 참여자 모집과 관련한 홍보 및 교육은 사업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전장유전체 선별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기존 검사보다 더 많은 유전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의 도입 가능성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국립보건연구원이 시범사업을 통해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대상 질환과 유전자를 선정하고, 환자 동의 체계와 임상 가이드라인 등을 개발하며 한국형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K-gNBS)의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아기지기 프로젝트에서는 이를 토대로 실제 신생아에게 유전체 선별검사를 시행하면서 진단 효율성과 임상적·경제적 유용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향후 한국형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를 실제 공중보건 체계에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주관 연구책임자인 이범희 교수는 “전장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가 가능한 희귀유전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적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형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운영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