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돼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손이 저리거나 손목이 시큰거리는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손 저림이 반복되고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중년 이후 여성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손 질환이다.
◆ 손목 좁은 통로에서 신경 눌려 발생…중년 여성에게 흔해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손목터널은 손목의 손바닥 쪽에 있는 작은 통로로, 손목뼈와 인대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이 통로를 여러 개의 힘줄과 함께 손의 감각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터널이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중신경이 눌릴 때 발생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중년이나 노년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은 것도 특징이다.
손목 주변의 골절이나 탈구, 외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골절 이후 뼈가 제대로 붙지 않는 불유합 등 후유증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감염이나 염증성 질환으로 손목 주변 조직이 붓거나 손목터널 내부의 건막이 두꺼워지는 경우에도 신경이 압박될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통풍처럼 관절을 둘러싼 활액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도 손목터널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활액막이 붓거나 증식하면서 손목터널 내부의 공간을 좁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손목터널 내부에 종양 등이 생겨 정중신경을 압박하면서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 엄지·검지·중지 저리고 밤에 심해져…손 주무르면 일시적으로 완화
가장 흔한 증상은 손가락의 저림과 통증이다. 정중신경이 담당하는 엄지손가락과 검지, 중지, 약지 일부의 손바닥 쪽에서 저리거나 아린 느낌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손가락 몇 개에서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손가락에 걸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손이 쑤시거나 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밤이나 잠을 자는 동안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저림과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손을 털거나 주무르는 행동을 하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가라앉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저림이 나타나는 식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단순한 손 저림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증상이 계속되면 손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물건을 쥐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특히 정중신경의 압박이 오래 지속되면 엄지손가락 아래쪽 근육이 위축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손 저림의 원인이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목 디스크 등으로 목에서 팔로 이어지는 신경이 눌리거나 다른 신경질환, 혈액순환 문제 등으로도 손 저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림이 반복되거나 통증이 지속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증상 가벼우면 휴식·보호대 등 보존치료…심하면 수술 고려
손목터널증후군 치료는 증상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우선 손목에 부담을 주는 동작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손목 보호대를 착용해 손목이 과도하게 꺾이는 것을 막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소염진통제 등의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손목터널 내부의 굴곡건을 둘러싼 활액막에 염증이 있는 경우에는 염증을 줄이기 위한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보존적 치료만으로 증상이 충분히 호전되지 않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손목터널 내부에 부신피질호르몬을 주사해 신경 주변의 염증과 부종을 줄이는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치료에도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신경 압박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시행했음에도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엄지손가락 근육이 위축되는 등 신경 손상이 확인되는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손바닥의 감각이 객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 역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 해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고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평소 손목에 반복적으로 힘을 주거나 장시간 구부린 상태로 사용하는 행동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손목을 많이 사용한 뒤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손 저림이나 통증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로 여기기보다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