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을 맞아 카페업계의 메뉴판이 달라지고 있다. 홍시와 곶감부터 밤, 흑임자, 고구마, 옥수수, 청귤까지 계절감을 살린 식재료가 음료와 디저트의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특히 올해는 단순히 가을 식재료를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원물 특유의 색과 질감을 살린 메뉴가 두드러진다. 주황빛 감과 짙은 흑임자, 노란 옥수수와 청귤 등 눈으로도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비주얼까지 강조하는 모습이다.
카페마다 익숙한 식재료를 스무디와 라떼, 젤라또, 케이크 등으로 재해석하면서 가을 시즌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할리스는 홍시와 곶감, 흑임자 등 한국적인 식재료를 앞세운 가을 시즌 메뉴 5종을 선보였다. 할리스 공식 홈페이지에도 ‘호감 스무디’, ‘흑임자 라이스 할리치노’, ‘흑임자 버터크림 라떼’, ‘흑임자 초코 롤케이크’, ‘모과배차’ 등이 현재 판매 메뉴로 올라와 있다.
대표 메뉴인 ‘호감 스무디’는 홍시와 곶감을 함께 사용해 감 특유의 달콤한 맛을 살렸다. 주황빛 감 위에 초콜릿 소스를 조합해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을 구현한 것도 특징이다.
흑임자를 활용한 메뉴도 대거 배치했다. ‘흑임자 라이스 할리치노’는 흑임자와 버터크림을 조합했고, ‘흑임자 버터크림 라떼’에는 리스트레토 샷과 우유를 더했다. ‘흑임자 초코 롤케이크’는 초코 시트와 흑임자 크림을 결합했다.
배와 모과에 쌍화 풍미를 더한 ‘모과배차’까지 함께 선보이며 젊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카페 메뉴에 전통 식재료를 접목하는 전략을 택했다.
할리스는 걸그룹 리센느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시즌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메뉴 자체뿐 아니라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K-무드’를 브랜드 콘텐츠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썸플레이스는 가을 대표 식재료인 밤과 고구마를 케이크에 담았다.
‘촉촉한 밤 생크림 케이크’는 초코 시트 사이에 밤 마스카포네 생크림을 넣고 밤 원물과 마롱 스프레드를 더했다. 마롱 크림에 무게를 둔 일반적인 몽블랑과 달리 밤 원물을 적극 사용해 특유의 식감과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투썸플레이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현재 신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1~2인이 즐기기 좋은 쁘띠 사이즈도 함께 내놨다. 대형 홀케이크 중심이던 시즌 디저트를 소형화해 일상적인 디저트 수요까지 노린 셈이다.
고구마를 활용한 ‘부드러운 고구마 생크림 케이크’도 출시했다. 달콤한 고구마 크림을 시트 사이에 넣고 상단에 카스텔라 가루를 올려 포슬포슬한 식감을 강조했다.
밤과 고구마처럼 소비자에게 익숙한 가을 간식을 프리미엄 디저트로 바꾸면서 계절 메뉴의 진입 장벽을 낮춘 전략으로 풀이된다.
파스쿠찌는 아예 흑임자를 가을 시즌의 핵심 식재료로 정했다. 음료 3종과 디저트 3종 등 모두 6종을 한꺼번에 출시했다.
대표 제품인 ‘흑임자 크런치 그라니따’는 흑임자 젤라또에 바삭한 흑미 튀밥을 올려 부드러운 식감과 바삭한 식감을 동시에 살렸다.
‘흑임자 젤라또 카페라떼’는 흑임자 젤라또와 에스프레소, 바닐라빈을 조합했고, ‘흑임자 크림 슈페너’는 커피 위에 흑임자 크림을 올렸다.
디저트에서도 흑임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카사타 흑임자’는 흑임자와 인절미맛 크림에 떡을 더했고, ‘흑임자 젤라또 허니브레드’는 허니버터 브레드에 흑임자 젤라또와 통단팥, 떡을 곁들였다. 단일 원물을 음료와 케이크, 젤라또까지 확장해 하나의 시즌 라인업으로 만든 셈이다.
파스쿠찌는 이날까지 해피앱을 통해 흑임자 제품 구매 고객에게 아메리카노 쿠폰을 제공하는 등 가을 신메뉴 판매 확대를 위한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더벤티는 포도와 옥수수를 앞세운 ‘알찬 포도·옥수수’ 시리즈로 가을 메뉴 경쟁에 뛰어들었다.
포도 시리즈는 ‘알찬 포도 에이드’와 ‘알찬 포도 요거트 스무디’ 등 2종이다. 포도알을 넣어 씹는 식감을 강조했다.
옥수수 시리즈인 ‘알찬 옥수수팝 라떼’와 ‘알찬 옥수수 치즈팝콘 쉐이크’는 옥수수 베이스에 옥수수 크림과 바삭한 토핑을 더했다. 음료를 마시는 데서 끝나지 않고 토핑을 씹어 먹는 디저트형 음료에 가깝다.
이디야커피는 산리오캐릭터즈와 손잡고 청귤과 흑임자, 밤을 활용한 메뉴를 출시했다.
‘마이멜로디 히비스커스 청귤티’는 청귤과 히비스커스를 조합해 새콤달콤한 맛을 살렸다. 붉은 히비스커스와 노란빛 청귤이 층을 이루면서 색 대비도 강조했다.
‘쿠로미 흑임자 크림 라떼’와 ‘포차코 밤 크림 라떼’도 함께 선보였다. 이디야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흑임자 크림 라떼와 밤 크림 라떼, 히비스커스 청귤티가 현재 판매 메뉴로 확인된다.
올해 가을 카페 메뉴의 공통점은 제철 식재료 자체를 전면에 드러낸다는 데 있다.
과거 시즌 메뉴가 단순히 ‘가을 한정’이라는 이름이나 향을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밤 원물을 케이크에 직접 넣거나, 흑임자의 검은색과 감의 주황색, 옥수수의 노란색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전통 식재료의 변신도 눈에 띈다. 흑임자는 더 이상 떡이나 죽에만 쓰이는 재료가 아니다. 라떼와 그라니따, 젤라또, 케이크로 영역을 넓혔다. 밤과 고구마 역시 군밤이나 군고구마에서 벗어나 마스카포네 생크림이나 크림 라떼와 결합하고 있다.
업계가 계절 원물에 주목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맛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밤’, ‘홍시’, ‘흑임자’처럼 익숙한 이름만으로 제품의 맛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크림과 젤라또 등 새로운 형태로 변주해 신제품 효과까지 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을에는 고소하고 묵직한 맛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밤이나 고구마, 흑임자처럼 계절감이 뚜렷한 원료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며 “최근에는 맛뿐 아니라 원물의 색과 토핑까지 살려 사진이나 영상으로 메뉴의 특징을 바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