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는 게 뇌 건강에도 중요”…보청기 써 청력 좋아지면 치매 위험 14%↓

33개국 6만1089명 6.5년 추적…보청기 사용자 전체 치매 위험도 9%↓
“착용보다 실제 청력 개선 중요”…국내 사용률 12.6%, 착용까지 평균 9년
보청기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9%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난청이 있는 사람이 보청기를 사용해 실제 청력이 개선되면 치매 위험이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보청기를 착용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청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가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국제공동연구팀이 한국을 포함한 33개국 55세 이상 난청 환자 6만1089명을 평균 6.5년 추적한 결과, 보청기 사용자의 치매 발생 위험은 비사용자보다 9% 낮았다.

 

특히 보청기 사용 후 청력이 효과적으로 개선된 사람은 치매 위험이 14% 낮았다. 반면 보청기를 착용했더라도 청력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경우에는 유의한 위험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난청과 치매의 연관성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미국 프레이밍햄 연구에서는 70세 미만 난청 환자의 경우 보청기 사용자의 치매 위험이 비사용자보다 6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난청이 인지기능에 부담을 주고 사회적 고립을 키우는 것이 치매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잘 들리지 않으면 말을 이해하기 위해 뇌가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게 되고, 대화와 사회적 활동이 줄면서 인지기능 저하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국민건강보험 노인코호트 약 51만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난청 환자의 치매 위험이 25% 높았으며, 난청 환자 8780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보청기 사용자의 치매 발생 위험이 비사용자보다 25% 낮았다.

 

하지만 난청이 있어도 보청기 사용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일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국내 보청기 사용률이 12.6%로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이며, 난청이 시작된 뒤 보청기를 착용하기까지 평균 약 9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송재진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귀를 지키는 것이 뇌를 지키는 것”이라며 “난청이 치매를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 개입할 수 있는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난청이 확인되고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중증으로 진행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보청기 등 청각 재활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