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안전문제로 철거되는 명동성당 파이프오르간

40년 울린 2577개 파이프 멎는다…명동성당 오르간 철거
성가대석 정밀안전진단 뒤 ‘재설치 않기로’
주변 출입구·벽체는 복원

서울 명동성당 파이프오르간 제거가 확정됐다. 40여 년간 장엄한 선율을 빚어낸 이 파이프오르간은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 5∼6월 일시 해체됐다. 이후 구조 보강을 거쳐 재설치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정밀안전진단에서 성가대석 해체 권고까지 나오면서 재설치도 무산됐다.

 

13일 명동성당 주보에 따르면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성당 전체의 안전성 확보와 보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기에 대단히 안타깝지만 성가대석은 해체하고, 주변부는 복원하며, 파이프오르간은 재설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현재 진행중인 성당 정밀안전진단에서 구조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성가대석 해체 및 주변 출입구·벽체 복원을 권고받았기 때문이다. 

2024년 서울 명동성당 성탄 대축일 미사에서 성가대가 파이프오르간 반주에 맞춰 성가를 부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성당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밀안전진단과 보수·보강 공사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내부 안전진단으로 15일 오전 10시 미사도 ‘코스트홀’에서 봉헌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당인 명동성당의 파이프오르간 역사는 100년을 넘는다. 첫 파이프오르간은 정동교회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1924년 설치됐다. 설치 계획 수립부터 주문과 완공까지 6년이 걸렸다.

 

그러나 전문 연주자가 부족한 데다 전쟁과 세월을 거치면서 악기가 낡고 고장이 잦아졌다. 1960년대 미국에서 들여온 중고 파이프오르간이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이 악기도 1970년대 들어 수리가 어려울 정도로 노후했다.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앞두고 논의 끝에 들여온 악기가 이번 철거 대상인 세 번째 파이프오르간이다. 1983년 8월 새 오르간 설치 논의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독일 ‘베르너 보쉬’사와 계약했다. 독일 기술진은 현장에서 두 달가량 조립 작업을 벌였다.

 

완성된 오르간은 1985년 7월 13일 김수환 추기경이 주례한 축성미사에서 신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선보였다. 크기와 재질이 다른 파이프 2577개로 구성됐으며 무게는 약 4t이다.

 

명동성당은 지난해 10월 설치 40주년 기념 연주회를 열었다. 올해 5월 12일과 19일에도 명동성당 오르가니스트들이 참여하는 연주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이후 안전 문제로 악기가 일시 해체됐고 끝내 성가대석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파이프오르간은 다른 악기와 달리 가톨릭 전례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962년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파이프오르간을 교회 전통 악기로 높이 평가하며 그 소리가 교회 예식에 광채를 더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께 들어 올린다고 따로 정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