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인 10명 중 3명은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률은 14년 만에 약 2.5배 뛰었다.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 혈중 지질 이상을 포괄하는 ‘이상지질혈증’은 특히 여성에서 50대 이후 급격히 늘어난다.
이상지질혈증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이면 죽상동맥경화를 일으켜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검사표상 ‘정상 범위’만 볼 것이 아니라 나이와 당뇨병·고혈압, 심혈관질환 병력 등 개인별 위험도에 맞춰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정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인 30.3% 고콜레스테롤혈증… 폐경 뒤 여성 ‘껑충’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인지하고 치료받는 비율은 크게 개선됐다. 인지율은 2010∼2012년 45.5%에서 2022∼2024년 70.8%로, 치료율은 35.8%에서 64.8%로 높아졌다. 다만 환자 10명 중 4명가량은 여전히 적정 수준으로 조절되지 않고 있다.
흔히 ‘고지혈증’이라고 부르는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 지질 성분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통칭한다. L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높거나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등이 포함된다. LDL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린다.
콜레스테롤 자체가 나쁜 물질은 아니다. 세포막을 만들고 각종 호르몬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성분이다. 문제는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질 때다. 과도한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 안으로 스며들어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쌓이면 혈관이 좁고 딱딱해지는 죽상동맥경화가 진행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죽상경화반이 파열돼 혈전이 생기면 관상동맥을 막아 심근경색을,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혈액검사를 하기 전까지 알아채기 어려워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는 사이 동맥경화가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
여성은 특히 폐경 이후 주의가 필요하다.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20대 여성 21%, 30대 26%, 40대 30%였지만 50대가 되면 53%로 뛰었다. 60대는 67.1%, 70대 이상은 70.4%에 달했다. 문민경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폐경 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지만 폐경 이후에는 그 차이가 상당히 줄어든다”며 “폐경 이후 여성에서 심혈관질환 관리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 LDL’은 사람마다 달라… 위험도 따라 치료 강도 조절
LDL 콜레스테롤에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하나의 ‘정상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을수록 목표치를 더 낮게 잡는다. 새 진료지침에서는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초고위험군의 경우 LDL 콜레스테롤을 55㎎/㎗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한다.
당뇨병이나 뇌혈관질환이 있거나 여러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 역시 일반인보다 낮은 목표치를 적용한다. 이미 심근경색을 겪었거나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는 같은 LDL 수치라도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생활습관 개선은 기본이다. 포화지방과 붉은 고기·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통곡물, 콩류, 생선 등을 충분히 먹는 식습관이 권고된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흡연자는 금연해야 한다.
다만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식사와 운동만으로 수치를 낮춰보겠다며 치료를 계속 미루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치료의 기본은 스타틴이다.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해 LDL을 낮추고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오랫동안 입증돼 있다.
고위험 환자에서는 처음부터 치료 강도를 높이는 방향도 강화됐다. 스타틴만으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에제티미브를 추가하고, 필요한 LDL 감소 폭이 큰 초고위험군에서는 PCSK9 억제제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틴은 독이다’, ‘치매를 유발한다’는 식의 온라인상 과장된 정보를 접한 뒤 약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중단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스타틴 복용 뒤 간효소 상승이나 근육통, 혈당 상승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중대한 부작용은 드문 편이다.
김상현 서울대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 등이 약을 중단한 뒤 급하게 응급실에 오는 경우도 종종 경험한다”며 “어떤 약이든 장단점이 있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스타틴은 다른 흔히 사용하는 약제 못지않게 안전한 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