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논란과 이른바 ‘가족 정당’ 의혹으로 거센 비판을 받아온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30일 지명된 지 14일 만이다. 악화한 여론을 감안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결단을 권유했고 용 후보자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용 후보자를 둘러싼 인사 논란은 일단락됐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주 인사청문 정국의 최대 전선도 김 후보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용 후보자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제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퇴에는 민주당 지도부의 권유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용 후보자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여기서 멈추는 게 민주당과 기본소득당, 민주진보 진영 내 연대정신을 이어나가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 대표 비서실장인 김태선 의원도 “민심을 종합한 김 대표의 자진 사퇴 권유를 비서실장인 제가 용 후보자에게 전달한 바 있다”고 확인했다. 용 후보자는 지명 이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직을 겸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배우자의 기본소득당 당직·급여와 특별당비 등을 둘러싼 ‘가족 정당’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의 결정을 곧바로 수용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 직후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위해 검증과 인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용 후보자의 사퇴로 야당의 인사 공세는 김 후보자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용 후보자의 사퇴를 ‘사필귀정’으로 규정하면서 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이번주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 벼르고 있다.
김 후보자는 브로커 양모씨의 부탁을 받고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관련 사건을 수사해 김 후보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으로서 통상적인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당시 검찰이 장기간 수사하고도 기소하지 못한 사건을 야당이 다시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는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16일 강신철 국방부·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17일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잇달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