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한강벨트→외곽 상승세 확산… 실수요 중심 ‘키 맞추기’

서울 아파트값 86주째 최장 상승

85주 상승 문재인정부 기록 경신
1년새 성동 16.29%↑ 강북 9.45%↑
비강남권 집값 상승폭 두드러져

거래 줄었지만 호가 안 내려가
규제 강화 속 매물 출회도 적어
15억 이하 아파트 오름세 지속

서울 아파트값 상승 흐름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장 기록을 넘어섰다. 강남권은 최근 조정을 받고 있지만 성북·노원·강북·도봉 등 비강남권 곳곳에서 상승세가 이어지며 서울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강한 수요 규제로 거래는 크게 줄었지만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실수요가 남아 있고, 매도자들도 호가를 낮추지 않으면서 ​거래 위축이 뚜렷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0% 올랐다. 윤석열정부 시절인 지난해 1월 셋째 주(전주 대비 0.004% 상승) 후부터 86주 연속 상승이다. 문재인정부 당시 최장 상승 기간인 85주를 넘어섰다. 설·추석 연휴로 인한 통계 미공표 2주가 포함됐다.

 

1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최근 1년간 지역별 상승률을 보면 비강남 지역 상승폭이 강남보다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8일부터 올해 9월7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1.67% 올랐다. 같은 기간 성동구는 16.29%, 강북구는 9.45% 오른 반면 서초구는 5.99%, 강남구는 4.14% 상승이었다. 

 

일부 비강남 지역에서는 최근 들어 상승폭이 커지는 흐름도 나타났다. 지난해 9월8일 기준으로 성북구의 상승률은 지난해 12월8일 1.40%에서 올해 3월9일 4.83%, 6월8일 9.01%, 9월7일 15.63%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2.40%에서 3.45%, 3.67%, 4.14%였다.     

실거래 자료에서도 서울 외곽과 강남권의 엇갈린 흐름이 확인됐다. 한양대 이창무 교수 도시및부동산경제연구실이 서울시 토지거래허가 신청자료와 국토교통부 공개자료 등을 토대로 산출한 주간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동북2권(강북·노원·도봉·성북)은 전주보다 0.28% 오른 반면 강남3구·용산은 0.21% 하락했다. 강남권 하락세는 8월 셋째 주 -0.26%에서 소폭 줄었다. 

 

실수요와 매물 부족의 여파로 집값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통화에서 인근 한 아파트 단지에 대해 “노원구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오른 편인데 최근 3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다”며 “다른 곳은 더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매물도 많지 않다고 했다. 서울 강남→한강벨트→외곽 지역으로 가격 상승이 번져가는 ‘키 맞추기’ 현상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대출·세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수요 억제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여파로 수도권 규제지역의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화성 동탄구·용인 기흥구·구리시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6월 3462건에서 7월 480건으로 86.1%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동탄구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2%, 기흥구는 0.33%, 구리시는 0.21% 각각 올랐다.

 

경기 화성시 동탄구 동탄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씨는 “투자를 하겠다는 분들보다는 실거주를 할 분들이 더 많이 온다”고 말했다. 동탄역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15억∼25억원대는 다소 조용하지만 7억∼10억원대는 거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매도자들의 ‘호가 버티기’도 이어지고 있다. B씨는 9억원에 나온 전용 84㎡대 아파트 매물에 대해 “거래가 많이 줄었다고 해도 거래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호가도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래 감소에도 가격이 버티는 배경으로 매물 감소와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한 실수요를 꼽았다. 이 교수는 통화에서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거래량 감소가 가격 하락과 동반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지금은 규제가 강해 수요도 억제되고 있지만 나올 수 있는 매물도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 물건 부족과 월세 부담으로 신혼부부와 30대가 매매로 돌아서고 있지만 대출 규제로 자금 여력이 제한돼 중저가 주택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지금은 실수요자가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15억원 이하 아파트들이 실수요 때문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