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안에서 쌀알만 한 검은 덩어리를 발견하면 대부분 ‘때’로 여기고 손톱이나 핀셋으로 파내려 한다.
단단하게 굳은 이 덩어리는 각질과 피지가 오래 뭉친 ‘배꼽결석(omphalolith)’일 수 있다. 무리하게 제거하다간 피부 손상과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와 다른 ‘각질·피지 덩어리’…절반 이상은 무증상
국제 학술지 문헌검토에 따르면 배꼽결석 환자 29명 중 17명(59%)은 별다른 증상조차 없었다. 배꼽결석은 피부 단백질인 케라틴을 포함한 각질과 피지가 배꼽의 좁은 틈에 오랫동안 쌓여 단단하게 굳은 덩어리다.
표면이 검거나 짙은 갈색을 띠는 것은 멜라닌과 지질의 산화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배꼽 때’와 달리 씻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고 돌처럼 단단한 형태를 유지한다.
국제학술지 ‘Dermatology Online Journal’에 실린 문헌검토는 연구진이 새로 보고한 3건과 기존 영어권 문헌 26건을 합쳐 29건을 분석했다.
평균 발병 연령은 48세였다. 17명(59%)은 통증 등 증상이 없었다. 통증이 없어 상당 기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깊고 좁은 배꼽 구조, 비만과도 연관
배꼽결석 발생에는 배꼽 구조가 영향을 준다. 배꼽이 깊고 좁게 들어간 형태라면 떨어져 나온 각질과 피지가 밖으로 빠져나오기 어렵다.
기존 증례와 문헌검토에서는 깊고 좁은 배꼽, 비만, 많은 체모, 스스로 위생 관리가 어려운 상태 등이 배꼽결석과 함께 관찰됐다. 특히 비만으로 복부 피부가 접혀 배꼽이 깊어지면 내부를 씻고 말리기가 더 어려워진다.
배꼽결석은 드문 질환인 데다 대부분 개별 증례 보고 형태로만 학계에 축적돼 있다. 올해 3월에도 유럽피부과학회 계열 학술지 ‘JEADV Clinical Practice’에 새 증례가 보고될 만큼 산발적으로 발견되고 있지만, 실제 유병률을 가늠할 대규모 역학 자료는 아직 부족하다.
◆억지로 파내면 출혈·염증…복막염까지 이어진 사례도
집에서 손톱이나 핀셋으로 무리하게 파내는 행동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결석 주변 피부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벗겨지거나 피가 날 수 있고, 여기에 세균 감염이 겹치면 염증이나 농양, 봉와직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제 의학 문헌에는 배꼽결석을 장기간 방치하다 미란·출혈·화농성 육아종·농양·봉와직염이 발생한 사례들이 보고돼 있다.
드물지만 복막염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국제학술지 ‘Cases Journal’에는 배꼽결석이 원인이 된 복막염 사례가 실렸다. 이 환자는 배꼽과 복강을 잇는 누공성 통로가 확인됐다. 복강 안에서 케라틴 성분의 결석 2개가 발견됐다.
병원에서도 포셉 등 기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병변을 억지로 떼어내선 안 된다. 2022년 증례에서는 바셀린으로 덩어리를 연화한 뒤 포셉으로 출혈 없이 제거했다. 글리세린이나 올리브유로 먼저 부드럽게 한 뒤 제거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검은 덩어리, 모두 배꼽결석일까
배꼽에 생긴 검은 덩어리가 모두 배꼽결석인 것은 아니다. 배꼽에는 흑색종 같은 피부 종양이 생길 수 있고, 위·췌장·난소 등 복강 내 장기의 암이 배꼽으로 전이돼 단단한 결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를 ‘수녀 메리 조셉 결절(Sister Mary Joseph nodule)’이라 부른다. 여성이라면 배꼽 자궁내막증도 감별 대상이다. 생리 주기에 맞춰 배꼽에서 통증이나 출혈이 반복된다면 이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배꼽결석은 대개 단단한 갈색이나 검은색 각질 덩어리로 보이지만, 겉모습만으로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는 어렵다.
◆이럴 땐 병원 찾아야 한다
샤워할 때 배꼽 주변을 부드럽게 씻고, 씻은 뒤 물기가 남지 않도록 가볍게 말리는 정도면 평소 관리로 충분하다. 면봉이나 날카로운 도구로 배꼽 깊숙이 반복해서 후비는 행동은 피부 자극을 키운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직접 제거하려 하지 말고 피부과나 외과 진료를 받는 게 좋다.
▲덩어리가 깊이 박혀 잘 움직이지 않을 때 ▲주변이 붉게 붓거나 통증이 있을 때 ▲악취 나는 분비물이나 고름, 출혈이 지속될 때 ▲제거 후 재발하거나 크기가 커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