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에 바람 잘 날 없다.
전쟁 장기화로 어느 때보다 불안해진 매크로 환경에 AI 속도 조절론까지 등장하자 '반도체 투 톱'의 주가가 내리고 코스피 지수도 6,000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글로벌 AI 4대 기업의 수장들이 AI의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관련 종목의 비중이 큰 국내 증시에도 먹구름이 끼면서 코스피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3%대 하락한 6,68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달 들어 오픈AI의 새 AI 모델 '아스트라' 공개로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에 대한 전망 및 이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에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오르며 코스피도 우상향하며 잠시 7,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수는 이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장기화와 한층 더 커진 종전 불확실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영향에 다시 6,000대로 주저앉았다.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이에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임계점'에 다다르는 등 매크로 환경이 불안해진 탓이다.
실제로 지난주 잇달아 발표된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높은 수준을 보여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매크로 환경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다시 AI 속도 조절론이 더해지면서 코스피는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는 AI 수장들의 의견은 AI 산업의 중단보다는 프런티어 모델의 능력 향상을 안전 검증의 속도에 맞추자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속도 조절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주가가 흔들릴 수는 있지만 아직 하드웨어 주문과 매출의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AI의 위험이 투자 필요성을 강화하는 요인인 동시에 투자 집행의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경계할 것은 AI 성장의 종료보다 시장이 기대한 성장의 실현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개발 속도 조절이 곧바로 인프라 투자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선제적인 안전 조치가 오히려 강제적인 규제 압박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며 "외부 검증의 적용 범위와 모델 개발 일정, CAPEX(자본 지출) 가이던스와 실제 발주의 변화를 연결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면 비중 축소보다는 밸류에이션 조정과 종목 차별화가 기본 방안"이라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서버 D램, 장기 계약, 순현금이 강한 기업의 방어력이 높은 반면, 범용 메모리 비중이 높거나 레버리지와 증설 의존도가 큰 장비 및 부품사는 금리와 경기 둔화에 더 민감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HBM 경쟁력이 강점인 동시에 AI 기대 변화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높다"며 "삼성전자도 사업 다변화만으로는 방어력을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과 'AI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만큼 AI 수장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안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해당 논의가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규제를 준수하는 동안 중국의 AI 모델 개발 속도가 높아질 위험을 낮추기 위해 대중국 첨단 반도체·장비 판매 금지, 역외 데이터센터 원격 접속 단속, 무단 증류 단속 등을 통해 향후 3∼5년 동안 미국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아모데이 CEO는 주장했다"며 "안보 관점에서 AI를 바라보는 미국 정부에 설득력 있는 제안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고준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앤트로픽, 오픈AI, 구글, xAI 등 AI 선도 기업의 AI 속도 조절론이 대두하고 모델 성능 향상 속도에 걸맞은 안전성에 대한 미국 의회의 초당적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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