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14개 종목에 선수 107명을 내보낸 북한의 출전 명단에는 뜻밖에도 종주국 무예인 태권도가 없다.
북한은 축구와 역도, 레슬링, 탁구, 사격, 복싱은 물론 일본을 대표하는 무예인 가라테에도 선수를 출전시켰다.
하지만 정작 한반도에서 탄생해 한국이 주도하는 태권도에는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북한이 태권도를 외면해서가 아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태권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 규정으로 치러지지만, 북한은 국제태권도연맹(ITF) 체계에서 선수들을 키워왔다.
ITF는 최홍희 전 육군 소장이 1966년 서울에서 창설했다.
박정희 정부와 갈등을 빚은 최홍희가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한 후, 한국에서는 이듬해 현재의 WT가 세계태권도연맹(WTF)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최홍희가 1980년 ITF 시범단과 평양을 찾아 태권도를 전수한 후 북한은 ITF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2002년 최홍희 사망 뒤 ITF는 여러 계열로 갈라졌고, 현재 북한은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계열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지난달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제11차 ITF 아시아태권도선수권에는 24개국 선수와 감독 1천320여명이 참가했으며, 북한은 금메달 75개를 포함해 메달 99개와 부문별 종합우승컵 3개를 차지하기도 했다.
수십 년 동안 달리 태권도를 발전시켜온 결과 경기 방식도 달라졌다.
WT의 올림픽·아시안게임 겨루기는 전자호구를 활용하지만, ITF 대회는 손으로 얼굴을 공격할 수 있는 '맞서기'와 품새에 해당하는 '틀', 위력 격파 등을 함께 치른다.
남북 태권도가 교류가 없었던 건 아니다.
두 기구는 2014년 중국 난징에서 서로를 인정·존중하고 ITF 선수의 올림픽 참가 기회를 모색하는 내용의 의정서를 맺기도 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던 2017년 무주 세계선수권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엔 WT와 ITF 시범단이 합동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북한 선수의 종합대회 출전이나 경기·육성 체계의 통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남북 관계가 다시 멀어진 지금, 북한 선수가 WT 방식의 아시안게임 태권도 무대에 서는 날도 당분간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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