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 점원의 유니폼과 머리색 제한이 지난 1일 사라졌다. 일본 패밀리마트는 전국 약 1만6500개 점포에 새 몸가짐 기준인 ‘파미마 코디’와 티셔츠 유니폼을 함께 들였다. 단정한 제복을 업계의 상식으로 지켜 온 기업이 기준을 스스로 푼 셈인데, 20여년간 고수해온 복장규정을 없앤 건 서비스 개선이 아니라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 20년만에 앞치마 버리고 티셔츠로, 염색도 허용
일본 패밀리마트가 편의점 업계 최초로 복장 규정을 없앴다. 14일 패밀리마트는 지난달 26일 창립 45주년에 맞춘 발표에서 유니폼을 바꾸고 머리색 규정도 폐지했다고 밝혔다.
기업에 따르면 기존 앞치마와 블루종, 폴로셔츠를 입던 것에서 티셔츠가 새롭게 도입됐다.
또 함께 도입된 몸가짐 기준 ‘파미마 코디’는 청결감과 위생관리, 안전성, 양호한 접객을 토대로 두고 그 위에 직원의 선택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단계적으로 풀어 오던 머리색 규정은 이번에 제한을 모두 없앴다. 옷을 겹쳐 입어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가능해졌고, 이슬람권 여성이 머리를 감싸는 히잡 같은 종교적 착용물도 인정된다.
본명 대신 쓰는 워킹네임과 청각·시각 지원 배지도 함께 들어왔다.
다니구치 겐지 점포오퍼레이션지원본부장은 “지금까지 개별적으로는 인정해 왔지만 이번 유니폼 쇄신에 맞춰 명문화해 정식으로 허용한다”며 “정중한 접객과 청결감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 일본 청년은 이제 편의점서 일하지 않는다
회사가 밝힌 배경은 인구 감소에 따른 일손 부족이다. 또 직장에 적응하지 못해 일찍 그만두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이유로 들었다.
기업에 따르면 가맹점의 무려 30%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그만두는 사람의 약 40%는 반년 안에 떠났다.
그 결과 패밀리마트의 전국 점포 스태프는 약 20만명 중 13%가 외국인으로 채워졌다. 기업이 지난 20년간 지켜온 머리색과 착용물 규정을 푼 것은 이 구성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이번 조치로 지원자 수를 2025년도의 1.5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오다니 다쓰오 사장은 “45주년이라는 고비에 ‘가장 일하고 싶다’는 메시지와 정면으로 마주했다”며 “사람이야말로 최대의 강점이고 모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 ‘사실상 완전 고용’ 대졸 취업률 98%
회사가 든 일손 부족의 밑에는 일본 청년 고용시장의 변화가 있다. 청년들이 고를 수 있는 일자리가 늘면서 편의점은 뒤로 밀렸다.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이 지난 5월 공표한 조사를 보면 올해 3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취업률은 4월1일 기준 98.0%였다.
이는 199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이 취업률은 졸업자 전체가 아니라 취업을 희망한 사람 가운데 실제로 일자리를 얻은 사람의 비율이다.
리쿠르트웍스연구소 조사에서 올해 3월 졸업한 대학생을 향한 구인배율은 1.66배였고, 후생노동성 집계에서 지난해 3월 졸업한 고교생을 향한 구인배율은 무려 4.10배에 달했다. 고교 졸업생 한 명에게 일자리 네 개가 따라붙은 셈이다.
총무성 노동력조사에서도 일본의 청년 구인난이 드러났다.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25∼34세 취업률은 88.7%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올랐다.
특히 같은 나이대 여성은 85.7%로 2015년의 72.1%에서 13.6%포인트 늘었다. 실업률은 15∼24세가 3.8%, 25∼34세가 3.3%로 모두 1년 전보다 내려갔다.
◆ 편의점을 떠받치던 프리타, 20년 새 65만명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 자체도 줄었다. 프리타는 학교를 졸업한 15∼34세 가운데 파트·아르바이트로 일하거나 그런 일을 찾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프리타는 2005년 201만명에서 2024년 136만명으로 20년 새 65만명 줄었다.
또 사람을 들인 뒤도 쉽지 않다. 패밀리마트가 밝힌 ‘그만두는 사람의 40%가 반년 안에 떠난다’는 숫자는 이 회사만의 사정이 아니다.
2022년 3월 기준 대학을 졸업해 취업한 사람의 3년 내 이직률은 33.8%였다. 업종을 나누면 소매업이 40.4%로 다섯 번째로 높았고, 숙박업·음식서비스업이 55.4%로 가장 높았다. 고교 졸업자는 소매업이 48.3%였다.
사업장 규모로 가르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대학 졸업자의 3년 내 이직률은 종업원 5명 미만 사업장이 57.5%, 1000명 이상이 27.0%였다.
편의점 점포 대부분이 소규모 사업장인 것을 볼 때 높은 이직률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시급을 올려도 구인 경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쿠르트 잡스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지난 2월 수도권·도카이·간사이 3대 도시권의 아르바이트·파트 모집 시 평균 시급은 1323엔으로 1년 전보다 67엔(5.3%) 올랐다.
판매·서비스 계열은 78엔(6.4%) 올라 상승 폭이 더 컸지만 이직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두고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이유는 크게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일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프리타나 학업 등을 위해 단기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찾지만 그 수도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빈자리를 시니어, 주부, 외국인이 대신한다”면서 “기업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