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상회의 폐막…反서방 협력 강화 속 중·인도 갈등 재확인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13일 폐막했다. 중동 전쟁과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금융·기술 제재,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에 맞서 회원국들이 결속을 과시한 가운데, 기술과 핵심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내부 한계도 드러냈다는 평가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정상회의가 대미 견제라는 큰 틀에서는 회원국들의 공감대를 확인했지만, 중국과 인도 사이의 전략적 불신이 여전히 브릭스의 구조적 약점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의 마지막 세션에서 글로벌사우스의 성장과 기술 발전을 위한 핵심 구상으로 오픈소스 인공지능(AI)과 스마트 제조를 제시했다. 중국은 브릭스 회원국들을 상대로 첨단기술·혁신 분야 청년 인재 양성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속에서 중국이 AI와 제조업 협력을 묶어 브릭스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곧바로 결이 다른 메시지를 냈다. 모디 총리는 “기술과 핵심광물의 무기화는 공동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하며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은 채 경계심을 드러냈다. SCMP는 이를 두고 중국의 공급망 통제력에 대한 인도의 누적된 우려가 반영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인도는 2020년 중·인 국경 충돌 이후 일부 물자의 통관 지연과 장비 공급 차질을 겪었고, 2025년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 당시 인도 자동차 생산 라인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바 있다. 

 

SCMP는 브릭스가 글로벌사우스의 대표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핵심광물과 첨단기술 같은 전략 분야로 갈수록 회원국 간 이해충돌이 더 선명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도 브릭스 내부의 가장 큰 균열 요인으로 중·인도 관계를 지목했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SIIS)의 류쭝이 선임연구원은 “지정학적 신뢰 부족, 특히 중국과 인도 관계가 브릭스 내부의 가장 큰 문제”라며 “인도는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 중국·러시아와 협력하면서도 미국·서방과의 관계 단절은 피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의 고율관세와 제재, 달러 중심 금융질서에 대한 반발 속에 현지통화 결제 확대와 결제 시스템 연계 필요성도 재확인됐다. 다만 회원국마다 미국과의 관계, 대외 의존도, 안보 이해가 달라 탈달러화의 속도와 범위를 둘러싼 입장차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릭스의 이번 뉴델리 정상회의는 대미 견제와 다극질서 확대라는 대의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기술 패권과 자원 안보를 둘러싼 중·인도 간 갈등 등 브릭스 내부의 구조적 한계도 재확인한 자리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