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나와 비슷해서 믿었다’…AI 음성 사기에 속지 않으려면

美 연구진, 목소리 음색 비슷할수록 투자 설득력 높아지는 현상 확인
사투리까지 정교하게 모방…“전화 끊고 별도 경로로 본인 확인해야”
보이스피싱.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목소리를 들을수록 상대방을 유능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며 더 쉽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목소리는 물론 지역 사투리까지 정교하게 흉내 내는 시대가 되면서 이런 심리적 특성이 음성 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나경(킴벌리 현) 미국 신시내티대 교수 등 연구진은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마케팅 리서치’에 발표한 논문에서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발표에서 발표자와 청중의 목소리 음색이 비슷할수록 설득이 더 잘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국 ABC 방송의 투자 유치 리얼리티 프로그램 ‘샤크 탱크’ 14개 시즌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목소리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실제 투자 유치 금액 등에서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현 교수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목소리를 들으면 상대방을 유능하고 도덕적이며 성실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I 기술이 사람의 목소리를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던디에 있는 애버테이대 닐 커크 교수는 지난 1월 ‘저널 오브 사이버시큐리티’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의 음성과 AI가 생성한 음성을 스코틀랜드 표준 영어와 던디 지역 사투리로 들려준 실험 결과를 분석했다.

 

실험에 참여한 스코틀랜드인 대부분은 AI가 생성한 음성을 실제 사람의 목소리로 생각했다. 특히 AI가 던디 지역 사투리를 사용했을 때는 이를 인간의 목소리로 오인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커크 교수는 WSJ에 “기술이 너무 정교해져서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 인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WSJ는 소셜미디어 등에 축적된 방대한 음성 자료를 바탕으로 AI가 특정인의 목소리뿐 아니라 지역 특유의 말씨까지 매우 그럴듯하게 재현할 수 있게 됐으며, 사기범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화 금융사기에서는 가족이나 지인, 은행 직원 등을 사칭하면서 돈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방식이 사용될 수 있는 만큼 목소리만으로 상대방의 신원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WSJ는 AI를 이용한 사기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는 만큼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상대방의 말을 곧바로 믿기보다 내용 자체를 다시 따져보고 별도의 경로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은행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전화했다면 일단 전화를 끊은 뒤 거래명세서나 카드 등에 적힌 공식 전화번호로 직접 은행에 연락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친척이나 가족을 사칭해 급하게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에도 당사자나 다른 가족에게 별도로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목소리가 아무리 실제 사람과 비슷하게 들리더라도 먼저 걸려 온 전화의 상대방에게 비밀번호나 그 밖의 민감한 인증 정보를 알려줘서는 안 된다고 WSJ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