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을 둘러싼 기업들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정수기 필터로 걸러내는 수준에서 벗어나 물 속 입자를 국제표준에 따라 분석하고, 실제 제품을 거친 물에서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로 검증 방식이 정교해지고 있다.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을 물로 흘려보내기 전에 잡아내는 기술도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대응 범위가 먹는 물에서 생활가전과 제조공정까지 넓어지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환경위생기업 세스코는 이물분석센터가 물 중 미세플라스틱 분석 분야에서 한국인정기구(KOLAS)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세스코 이물분석센터는 수질 분야 국제표준인 ISO 16094-2를 기반으로 물 속 미세플라스틱 분석에 대한 KOLAS 인정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국제표준 시험방법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하고 공인시험성적서를 발급할 수 있게 됐다.
ISO가 지난해 제정한 ISO 16094-2:2025는 먹는 물이나 부유물질 함량이 낮은 물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을 진동분광법으로 분석하는 국제표준이다. 1㎛에서 5000㎛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을 측정하고 크기별 분류와 플라스틱 재질 확인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제시한다.
세스코는 이보다 작은 200nm 수준의 초미세 입자까지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립환경과학원 등과 물과 식품 속 미세플라스틱 분석 시험법 개발 및 유효성 검증도 진행해 왔다.
단순히 미세플라스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자의 크기와 재질, 형태를 분석해 제조·가공 공정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 발생했는지 추적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세스코는 현재 자체 이물분석 서비스를 통해 기업 의뢰를 받아 미세플라스틱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세스코는 올해 유럽연합(EU)의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 연구과제 수행기관에도 선정됐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10개국 19개 연구기관과 앞으로 4년간 식음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의 경로를 추적하고 모니터링·제어 기술을 개발한다.
국제사회에서 측정 기준을 마련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EU는 2024년 먹는 물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을 측정하기 위한 공식 방법론을 채택했다. 물을 여러 단계의 필터로 거른 뒤 현미경과 진동분광법을 이용해 입자의 크기와 형태, 구성 성분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정수기 업계도 미세플라스틱 검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코웨이는 올해 공인시험기관 KOT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아이콘 정수기3와 얼음정수기 RO를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검출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방식도 세스코가 이번에 KOLAS 인정을 받은 것과 같은 국제표준 ISO 16094-2를 적용했다. 시험 결과 두 제품을 통과한 물에서는 1㎛ 이상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기존에는 필터 자체가 특정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을 얼마나 제거할 수 있는지가 주요 검증 대상이었다. 코웨이는 실제 정수기 내부 전체를 통과해 나온 물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검사 범위를 넓혔다. 필터뿐 아니라 물이 지나가는 유로와 내부 소재까지 포함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코웨이는 앞서 미국수질협회(WQA)에서 나노트랩 필터와 직수형 정수기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제거 인증을 받았다. 역삼투압 정수기는 국제 시험·인증기관 인터텍과 별도의 제거 성능 기준을 마련해 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정수기와 세탁기 양쪽에서 미세플라스틱 대응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비스포크 정수기는 NSF/ANSI 401 기준에 따라 0.5~1.0㎛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제거 성능을 인증받은 필터 시스템을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판매하는 비스포크 AI 정수기에도 같은 미세플라스틱 제거 인증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줄이는 기술도 별도로 개발했다.
삼성전자의 '레스 마이크로파이버 필터(Less Microfiber Filter)'는 합성섬유 세탁 과정에서 떨어져 나오는 미세섬유를 세탁기 배수 단계에서 걸러내는 외장형 필터다. 국제 해양환경단체 오션와이즈 시험에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최대 98%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세탁 자체에서 섬유 마찰을 줄여 미세섬유 발생량을 낮추는 '레스 마이크로파이버 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의류업체 파타고니아, 오션와이즈와 협업해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결국 기업들의 미세플라스틱 대응은 크게 세 방향으로 나뉜다. 오염 여부를 정확히 찾아내는 분석 기술, 이미 포함된 입자를 걸러내는 정수 기술, 처음부터 환경으로 배출되는 양을 줄이는 발생 저감 기술이다.
특히 ISO 16094-2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분석 기준이 마련되면서 기업이 자체 기준으로 '제거'나 '불검출'을 주장하는 것보다 공인기관과 국제표준을 통해 결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식음료 제조 과정과 정수기, 세탁기 등 소비자 생활과 맞닿은 분야에서 미세플라스틱 관리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