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병·조말론·부모님 옷까지…추석 선물, 취향 경쟁으로 번졌다

한우와 과일, 건강식품이 중심이던 추석 선물 시장에 화장품과 향수, 패션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단순히 비싼 제품을 묶어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받는 사람의 취향에 맞춰 상품을 추천하고 전용 포장과 사은품, 모바일 선물 기능까지 붙이는 경쟁이다.

 

쿠팡 제공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럭셔리 뷰티·패션 버티컬 서비스 알럭스(R.LUX)는 오는 27일까지 ‘추석 감사제’를 진행한다.

 

설화수와 더후, 헤라, 오휘 등 국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부터 SK-II, 에스티 로더, 랑콤, 맥, 클라랑스 등이 참여한다. 스킨케어뿐 아니라 향수와 바디, 홈 프래그런스까지 선물 범위를 넓혔다.

 

명절 선물을 받는 사람에 따라 상품을 나눈 점도 눈에 띈다. 부모님 선물로 더후 공진향 탄력 2종과 에스티 로더 ‘갈색병’을, 연인에게는 나스 립밤과 돌체앤가바나 향수를 제안한다. 취향을 알기 어려운 지인에게는 논픽션 핸드케어와 조 말론 런던 카 디퓨저 등을 추천하는 식이다.

 

미우미우와 논픽션, 연작 등 신규 브랜드도 가세했다. 미우미우 ‘미우틴 오 드 퍼퓸’, 논픽션 바디워시처럼 화장대에 머물던 명절 뷰티 선물을 향수와 바디 제품으로 확대했다.

 

포장도 경쟁 요소가 됐다. 알럭스는 올블랙 색상의 시그니처 포장 박스를 새로 도입했다. 상대방 주소를 몰라도 연락처만 있으면 보낼 수 있는 ‘선물하기’와 로켓배송도 내세운다.

 

카카오도 비슷한 전략을 펴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27일까지 추석 기획전을 열고 부모님·친척·지인 등 선물 대상과 예산에 따라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우와 과일뿐 아니라 에스티 로더 갈색병 스킨부스터, 비오템 제품 등을 전면에 배치했다. 럭셔리 선물 전문관 ‘럭스’에서는 향수·바디, 고메푸드, 호텔 식사권 등을 별도로 큐레이션한다.

 

명절 화장품은 브랜드 자체에서도 ‘포장 경쟁’이 치열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올해 출시 60주년을 맞은 자음생크림 기획 세트를 추석 상품으로 내놨다. 자음생클렌징폼과 윤조에센스, 자음생캡슐세럼 등을 함께 구성하고 한국의 보자기 문화에서 착안한 자체 포장 방식 ‘지함보’를 적용했다. 주요 이커머스에서는 27일까지 포장 서비스와 구매 혜택을 제공한다.

 

LG생활건강은 더후 ‘공진향 궁중 세트’를 비롯한 추석 화장품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수려한은 천삼 라인을 담은 VIP 스페셜 선물세트 상자에 전통 조각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생활용품 세트에도 자개 문양을 넣었다. 제품 가격뿐 아니라 상자를 열었을 때 느끼는 ‘선물다움’을 차별화 요소로 삼은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 역시 올해 추석 선물에 별도 보자기 포장을 도입했다. 전통 한복 소재인 옥사 계열 옷감에서 착안해 자체 개발한 원단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패션업계도 명절 선물 수요를 노리고 있다. 세정그룹의 웰메이드는 부모님을 주요 대상으로 남성복 인디안과 여성복 데일리스트의 가을·겨울 신제품을 모은 추석 기획전을 열었다. 니트와 블라우스, 트렌치코트 등 실제 일상에서 입기 쉬운 제품을 추렸고 부모님의 일상을 담은 별도 화보까지 제작했다.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홍삼을 증정하는 행사도 붙였다.

 

추석 선물 시장의 무게중심이 ‘무엇을 얼마나 싸게 사느냐’에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줄 것이냐’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전통적인 한우·과일·건강식품이 여전히 주류지만 화장품과 향수, 의류처럼 취향이 강한 품목까지 명절 선물 경쟁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선물 받을 사람의 주소를 몰라도 보낼 수 있는 기능과 대상별 추천, 전용 포장이 결합되면서 명절 선물의 범위가 더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제품만 고르던 추석 선물 경쟁이 이제는 큐레이션과 포장, 배송까지 포함한 ‘선물 경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