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피아니스트의 힘 있는 타건이 만들어낸 단단한 선율은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규모도 크고 연주 난도도 높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은 서두부터 보기 드문 호연을 예감하게 했다.
아믈랭은 음량과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며 거대한 작품을 펼쳐나갔다. 힘껏 건반을 누를 때도, 섬세하게 소리를 낮출 때도 음악이 향하는 곳은 명확했다. 로베르토 아바도 음악감독이 지휘한 국립심포니도 긴밀하게 호흡했다. 절정은 3악장이었다. 수석 첼로가 먼저 꺼낸 선율에 피아노가 응답하며 이어간 대화는 작품에 깃든 서정을 객석에 흘려보냈다. 협주곡으로는 이례적인 4악장 구성의 대곡을 마친 뒤 아믈랭과 아바도는 진한 포옹을 나눴다. 수석 첼리스트 이경진에게 건넨 각별한 악수에도 함께 음악을 완성한 기쁨이 묻어났다.
공연 이틀 전 리허설을 마치고 세계일보와 만난 아믈랭은 이 곡을 “제 레퍼토리에서 가장 오래된 친구 중 하나”라고 했다. 연주해온 세월이 40년에 가깝다. 오랜 세월 연주하며 한층 편안해졌다는 그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여서 무대에 설 때 그저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대하기보다 순수한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65세인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는 초고난도 작품을 능숙하게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명성에는 피아노 레퍼토리 탐구자로 걸어온 여정이 담겨 있다. 악보상점에서 보석 같은 작품을 찾아 음반과 공연으로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발굴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하이페리온 레코드에서 무려 90여장의 앨범을 펴냈다. 알캉과 고도프스키를 비롯해 공연장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작곡가 음악이 그의 손을 거쳐 청중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