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와 방송인 장도연이 각자의 연인을 소개하며 2대2 더블 데이트에 나섰다. 하지만 기안84의 여자친구 ‘나희’와 장도연의 남자친구 ‘이호’.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화면 속 인공지능(AI) 파트너였지만 두 사람은 실제 연인을 대하듯 서로의 AI 파트너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예능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의 한 장면이다. 출연자간 호감과 갈등, 선택의 과정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관찰해 온 연애 예능이 이제 인간과 AI의 관계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한 셈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 제작 현장에서 AI 활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I를 제작 도구로 쓰는 것과 서사의 중심에 내세우는 것은 구분했다.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처럼 AI가 소재로 활용되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 낯섦과 호기심을 활용한 기획”일 뿐, AI가 제작도구로 쓰이는 것은 별개라는 지적이다. 그는 “시청자들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고 놀라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AI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콘텐츠를 좋아하거나 돈을 내고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AI에 대한 호기심과 기술에 대한 애착은 별개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평론가는 이어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만큼 AI가 전면에 나선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도 존재한다”며 “AI를 활용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콘텐츠의 진정성을 낮게 평가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방송가에서는 ‘아날로그 회귀’ 프로그램도 나온다. 다음 달 방송 예정인 KBS2 ‘백수 이세돌’은 프로 바둑기사 출신 이세돌이 AI 알파고와 대국한 지 10주년을 맞아 아날로그적 체험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과거 AI와 맞섰던 상징적 인물을 통해 인간의 몸과 감각, 관계의 의미를 되짚겠다는 구상으로, AI가 일상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흐름 속에서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
제작진은 “세기의 대국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바둑판을 내려놓은 그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진짜 삶의 일터로 직접 뛰어든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