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내리쬐는 오후의 풀밭에서 뛰어노는 고양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근교의 평화로운 가을 풍경이었다. 시를 읽고 나자 그 귀한 풍경이 꽃과 나무, 새, 혹은 다른 누군가 공들여 전한 메시지였음을 알게 된다. 빛은 풍경 사이사이 공평하게 머물고, 사람들 주변을 기웃거리던 고양이 역시 키를 낮춰 엉성하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꼼꼼히 살펴보았을 것이다.
‘수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빛의 수업, “인간의 크기”를 줄이는 수업. 그러나 사람이, 인간이 이 생태계의 중심이라는 낡은 감각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잔존해 있다. “인간은 팔 다리 몸통 머리 이렇게 분류할 때” 가장 솔직하다는 일침은 지금 여기 생물권의 의미를 되짚게 한다.
이름이 네로라고 했다. 그 오후의 검은 고양이. 물론 그가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 것은 아니지만. 한때의 풍경 속에서 그 또한 사람들을 조금쯤 귀여워했기를 바란다. 열심히 수업에 임하는 사람들을.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