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있어봤자” 282만명 떠났는데… 전문가 “이런 분들은 유지” [잘살아보세]

“청약통장 의미 있나” 가입자 282만명 이탈
“고가점·특공·공공분양 대상자라면 유지해야”
“청약만 고집 말고 급매·경매·재개발도 봐야”

청약통장을 깨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 7월 청약통장 가입자는 2577만명으로 4년 만에 282만명 줄었다. 지난 1~7월 해지액도 8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분양가는 치솟는 반면 분양은 줄고 당첨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청약통장의 효용 자체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청약통장 해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청약에서 30대 이하 당첨률은 1.6%에 그쳤다. 2030세대와 1~2인 가구는 부양가족이 적어 가점 경쟁에서 불리한 데다 어렵게 당첨돼도 높은 분양가와 자금 조달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당첨되기도 어렵고, 당첨돼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커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청약통장을 무작정 깨는 것은 위험하다. 한 번 통장을 해지하면 그동안 쌓아온 가입기간과 납입 실적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심형석 미국 IAU 대학 교수 겸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청약만이 내 집 마련의 유일한 수단은 아니지만 여전히 우선적으로 검토할 만한 방법”이라며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나 특별공급 대상자, 공공분양을 노리는 사람에게 청약통장은 여전히 버리기 아까운 ‘내 집 마련 카드’라고 조언했다.

 

 

세계일보 유튜브 <잘살아보세>에서는 심 교수와 청약통장 이탈 원인과 청약통장을 지켜야 할 사람, 청약 외 내 집 마련 전략 등을 짚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영상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계속 줄고 있다. 이제 청약으로 내 집 마련하기가 어려워진 건가?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들고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분양 물량이 많이 감소했다. 공급이 줄다 보니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어도 실제로 당첨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 분양가가 크게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외곽지역의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차라리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게 낫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수요자도 생기고 있다. 청약에 관심이 많은 20~40대 가운데는 1~2인 가구 비중도 높다. 그런데 현재 청약제도는 가점제의 비중이 큰 만큼 이들에게는 당첨 문턱이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청약통장을 서둘러 해지할 필요는 없다. 청약이 내 집 마련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여러 선택지 가운데 여전히 우선적으로 검토할 만한 수단인 건 맞다.”

 

청약통장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지금 청약통장을 해지하면 안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우선 청약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는 통장을 계속 유지하면서 당첨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 특별공급 대상자도 마찬가지다. 신혼부부나 다자녀, 생애최초, 노부모 부양 등 특별공급을 활용할 수 있다면 청약통장을 유지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물량을 꾸준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공공분양을 노리는 사람도 통장을 지킬 필요가 있다. 공공분양 일반공급은 민간분양의 가점제와 달리 청약저축 납입횟수나 저축총액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3기 신도시처럼 공공분양 물량이 나오는 지역을 생각하고 있다면 청약통장 가입기간과 납입 실적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인기지역의 분양가를 감당할 만큼 자금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요 지역의 청약도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 민간 아파트 국민 평형의 1년 평균 분양 가격이 21억원을 넘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뉴스1

 

―요즘은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기도 하다. 그래도 청약이 유리한가?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비교해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그동안 분양가상한제에 익숙하다 보니 새 아파트 분양가는 당연히 주변 시세보다 싸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하는 단지도 적지 않다. 분양받은 주택은 실제 입주까지 3~4년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이나 시장 변화를 감안하면 현재의 기존 아파트 가격과 단순히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주변 시세보다 10~20% 정도 높은 수준까지는 입주 시점과 신축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판단해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뉴타운처럼 주변 환경 자체가 크게 바뀌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라면 기존 아파트보다 높은 분양가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제는 ‘분양가는 무조건 주변 시세보다 싸야 한다’는 인식에서 조금 벗어날 필요가 있다.”

 

―당첨돼도 돈이 없으면 못 산다. 청약이 결국 ‘현금 많은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가 된 것 아닌가

 

“그 부분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른바 ‘로또 청약’이라고 불리는 인기 단지는 분양가격 자체가 높은 데다 대출 규제까지 적용되다 보니 결국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무주택자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무주택이라는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누구나 실제 분양대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청약 모델이 더 필요하다. 토지임대부나 지분적립형처럼 처음부터 주택가격 전부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출 규제 역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당첨돼도 높은 분양가와 자금 조달이 어려워 청약통장의 효용 자체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30대 이하 당첨률이 1%대다. 2030세대나 1~2인가구에게 현재 청약제도가 지나치게 불리한 것 같은데 어떻게 바꿔야 하나?

 

“현재 제도의 큰 틀을 전부 바꿀 필요는 없지만, 출산이나 다자녀 가구 등에 일정한 혜택을 주는 방향은 필요하다. 다만 1·2인 가구나 사회초년생이 청약에서 지나치게 불리한 구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약 가점에서 부양가족 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시간이 지나면 점수를 쌓을 수 있지만, 부양가족이 적은 1·2인 가구는 구조적으로 높은 가점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주택 면적 등에 따라 추첨제 비중을 좀 더 늘리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기존 가점제를 유지하면서도 젊은 층에게 일정한 당첨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제도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에 동일한 청약제도를 적용할 필요도 없다. 미분양이 많은 지방은 청약 조건이나 지역 제한을 보다 과감하게 완화하고, 서울·수도권은 실수요자 중심의 틀을 유지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5년 뒤에도 청약이 대표적인 내 집 마련 방법일까?

 

“청약은 앞으로도 내 집 마련을 고민할 때 우선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 일반 주택을 바로 매수하는 것보다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분양 과정에서 중도금 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여전히 활용 가치가 있다. 다만 청약에만 매달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급매나 경매, 재개발 지분 등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러 선택지를 함께 살펴보다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기회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청약은 내 집 마련의 유일한 답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자신의 자금 여력과 청약 가점, 가족 구성, 거주 희망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청약과 기존 주택 매수를 함께 비교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