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치솟는 국제유가… 석유최고가격제 연장 수순

두바이유 배럴당 120달러 넘어서
국내 주유소 가격 2~3주 시차 반영
시행 6개월 출구전략 모색했지만
고물가 등 우려 현행 유지 불가피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우회로인 홍해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원유 수송로(송유관)가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중동 지역 불안이 심화하면서 국제 유가도 다시 급등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내 유가도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어느덧 시행 6개월이 지난 석유최고가격제가 계속 연장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18일 9차 석유 최고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 후 국제 유가 급등에 따라 정부가 지난 3월13일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6개월을 넘겨서도 유지되는 것이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14일 “국제 유가가 다시 치솟는 비상 상황”이라며 “고유가에 따른 고물가 우려로 불가피하게 석유 최고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배럴당 123.66달러를 기록했다. 1일까지만 해도 100달러를 밑돌던 두바이유는 2일 100달러를 넘어선 뒤 9일 122달러까지 뛰었다. 국내 주유소 가격은 ℓ당 1800원대 중반가량이지만 국제유가 변동이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은 ℓ당 각각 1858.71원과 1843.82원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6개월을 전후로 정부가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최고가격제를 ‘한시적 조치’라고 한 데다 정부가 6개월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정유업계 손실 보전용 목적예비비 4조2000억원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앞서 김 장관은 몇 달 전 언론 인터뷰에서 최고가격제에 대해 “비정상적인 전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며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 제도를 종료시키는 게 정답”이라고 한 바 있다.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할수록 시장이 왜곡되고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조만간 종료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오히려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등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최고가격제가 지속될 공산이 커졌다.

 

산업부는 이날 문신학 차관 주재로 국내 정유업계와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7∼8월 국내 도입 원유는 전년 대비 100% 이상이며 9∼10월에도 전년 대비 90% 이상을 확보한 상태여서 단기적으로 국내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우디 송유관 재개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수에즈운하 등 우회항로 전환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