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정세가 갈수록 태산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격화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데 이어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의 바브엘만데브해협과 요충지를 장악했다. 여기에 해상봉쇄를 피하는 우회로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육상 송유관마저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중동 원유 공급망의 ‘3중 봉쇄’가 현실화된 것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그 충격에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이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는 한때 120달러대로 치솟았다. 하루 운송량이 400만∼500만배럴에 달하는 사우디의 육상 송유관 마비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는 150∼20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는 경고마저 나온다. 고유가는 물가를 자극하고 금리 상승과 주가 급락, 실물경제 침체 등 복합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올렸고 일본과 미국 등 주요국들도 추가 긴축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가에 관한 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이어 “원유 중동의존도를 50%대로 낮췄다”며 “휘발유와 경유 등 정제유는 최고가격제와 수출물량 통제로 안정적 가격과 공급물량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성숙 총리도 “10월까지 전년 대비 90% 이상 물량을 확보했다”고 했다. 방심은 금물이다. 물량이 끊긴 건 아니지만,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정유사는 국제시세에 20∼30달러의 프리미엄을 얹어 원유를 사들이고 유조선 운임도 들썩이고 있다. 인위적인 가격통제도 시행한 지 6개월이 지나 한계에 다다랐다. 4조2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정부가 메워야 할 정유업계의 손실은 6월 말 현재 이미 5조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왜곡도 심해져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
지금은 에너지 위기 장기화에 정공법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이제라도 최고가격제는 접고 유가 상황에 맞춰 비축유 방출 등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에너지절약 등 고통분담도 병행해야 한다. 원유 도입처 다변화와 대체 수송로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동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헬륨 등 핵심 원자재 수급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거시경제운용 역시 신중해야 할 것이다. 고유가·고물가 충격에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경제·금융 안정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돈풀기를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