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범여권에서 이어진 갈등의 밑바닥에는 집권 2년차 여권이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지를 둘러싼 노선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민생·실용·확장’과 국민적 공감을 앞세운 개혁을 강조하는 반면, 당내에서는 핵심 지지층을 묶고 검찰·사법개혁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당 밖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외연 확대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구조적 다수’ 구상도 마찰을 빚고 있다.
◆‘책임·확장’ vs ‘강한 개혁’… 노선차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6월 “집권 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진영이 아닌 국민을 향하는 정치를 주문했다. 김 대표 역시 지난달 “민생·실용·확장 노선이 우리 정부의 노선이고 이번에 선택된 당의 노선”이라고 못 박았다.
정청래 의원은 다른 역할론을 제시해왔다. 정 의원은 “이재명정부가 성공하려면 핵심 코어 지지층이 잘 뭉쳐 있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당은 왼쪽을, 정부는 오른쪽을 맡아 역할을 분담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외연을 넓히더라도 당은 개혁 의제를 강하게 끌고 가야 한다는 논리다.
이보다 앞서 유시민 작가도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통합 노선을 ‘필패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이 오히려 핵심 지지층을 흔들 수 있다는 취지였다. 당시 친명(친이재명)계에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온 것도 노선 충돌이 최근 공소청 논란에서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온도차는 검찰개혁 후속 작업에서 더 뚜렷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과격한 선명성 경쟁이 “저항과 역결집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개혁을 방해”할 수 있다며 ‘실효적 개혁’을 강조했다. 반면 정 의원은 공소청 직제안을 두고 “대통령이 검찰에 뒤통수를 맞은 것 아닌가”라고 했고, 최민희 최고위원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지명을 놓고 “공소청장도 검사, 중수청장도 검사라면 검찰 영역이 확장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내란 세력을 징벌해야 하는데 왜 이들 세력에 업혀서 전전긍긍하는 것인가”라고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자 김 대표가 설명을 요구했고, 송영길 의원도 “경기도지사 업무에나 충실했으면 한다”고 반발했다. 황명선 의원은 “윤석열에게나 퍼부었을 법한 극언을 우리 대통령에게 쏟아냈다”고 가세했다.
개혁 강도를 둘러싼 충돌과 별개로 국정운영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내부 경고도 나왔다.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 기자회견을 앞두고 “국민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며 “최근 여론 악화의 본질은 신뢰 기반이 무너진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공소 취소와 연임 개헌 등을 거론하며 “‘너무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떠나간 지지층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건 대통령의 진심 이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밖에선 조국 직격… ‘구조적 다수’도 난관
당 밖의 연대도 순탄치 않다. 김 대표는 대통합추진단을 띄우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한편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진보당과도 연대를 넓혀 ‘구조적 다수’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민주당이 기존 진보 지지층을 밀어내고 ‘뉴이재명’을 중심으로 외연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연일 비판하고 있다. 김 대표의 ‘노무현 탄핵 전조’ 발언에도 “‘이재명 탄핵’이라는 관념을 유포한다”며 “이 대통령에게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혁신당 신장식 대표도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연대와 통합의 구심이 돼야 할 지도부가 갈라치기와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하락은 이런 노선 논쟁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0∼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36.1%로 국민의힘(42.1%)에 뒤졌다.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