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성 전북교육감을 둘러싼 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 의혹이 내부 관계자의 폭로와 선거자금 관련 육성 녹음 공개로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천 교육감의 공약 사업을 포함한 전북교육청 추경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교육감과 도의회의 갈등까지 겹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캠프 핵심 인물 “비공개 대화방 통해 사전선거운동”
천 교육감이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현직 교원 등을 포함한 10명이 참여한 텔레그램 비공개 대화방 ‘천사랑’을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천 교육감 측은 당시 해당 대화방이 선거운동을 위한 공식 조직이 아니라 사전 준비와 정책 자문 등을 위한 공간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천 교육감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이자 ‘천사랑’ 참여자인 A씨는 14일 전주KBS에 “사전선거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A씨는 천사랑에서 선거 조직을 구성하고 상대 후보에 대한 대응과 여론조사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또 “거기에서 결정된 것은 다 실행됐다”며 여론조사 문자 발송과 현수막 게시 등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다른 천사랑 대화방이 있었으며, 참여자가 이탈하면 기존 대화방을 폐쇄하고 새 방을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근거로 방 참여자들이 사전선거운동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A씨는 자신 역시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고발된 만큼 경찰이 소환하면 관련 내용을 진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비후보 등록 전 5억 필요…당선후 해결” 녹음 공개
선거자금과 관련한 별도의 육성 녹음도 공개됐다. 전주KBS가 확보한 녹음에는 지난해 6월 당시 전주교대 교수였던 천 교육감이 측근과 대화하면서 “예비후보 등록 전까지 5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천 교육감은 해당 대화에서 문자 메시지와 현수막 등에 필요한 비용을 언급하고 측근들에게 자금 마련을 요구했다. 또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당선 이후 보답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 캠프 핵심 관계자 B씨는 “당시 예비후보 등록 전에 필요한 비용을 약 5억원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모금됐고 어떻게 집행됐는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정치자금법상 예비후보 등록 이후에는 공식 후원회 계좌 등을 통한 정치자금 모금과 회계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만큼 사전선거운동 의혹과 함께 관련 발언, 자금의 실제 모금·집행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천 교육감은 이와 관련해 아직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북도의회 추경예산안 31건 939억 삭감…“갈등 여파” 해석
이런 가운데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전북교육청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31건, 총 939억6343만원을 삭감하면서 교육감과 도의회의 갈등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교육위는 기금 683억원과 사업비 732억원 등 모두 1415억원 규모의 추경안 가운데 31개 사업을 삭감했다. 사업비 기준 삭감 규모는 총 256억원으로, 예산 상당액이 천 교육감의 민선 9기 공약 사업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사업이 80억원 규모로 편성된 진로진학교육원 설립이다. 미래교육캠퍼스를 증축해 학생들의 진로 탐색부터 고입·대입까지 지원하는 거점 기관을 만드는 사업이지만, 예산이 복원되지 않을 경우 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 13억원 규모의 ‘전북형 특화서비스 평가시스템 구축’ 예산도 삭감됐다. 이른바 인공지능(AI) 기반 에듀테크 플랫폼 사업으로, 전북교육청은 지역 특성에 맞는 평가체계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교육위는 구체적인 재정 운용 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기금 조성과 보통교부금의 뒤늦은 추경 반영, 기존 계속 사업을 새 교육감 공약 사업으로 분류한 점 등을 삭감 배경으로 들었다.
특히, 천 교육감이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임 도의원들과 관련된 사업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교육청과 도의회 사이 갈등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 교육감은 당시 인수위원회 분석 결과 지난 4년간 도의원들과 관련된 사업 규모가 1600억원에 달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북도의회는 이 발언을 문제 삼아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추경예산안은 15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18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