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가 금융업계의 새로운 고객 접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은 동호회 회비를 관리하는 모임통장에 파크골프 이용권을 결합했고, 금융그룹은 대회장에 상담버스를 보내 자산관리와 금융 상담에 나섰다. 카드사까지 동호인과 지역 상권을 겨냥한 마케팅에 가세했다. 파크골프가 시니어 고객의 여가를 넘어 금융회사의 영업 무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14일 생활체육계 및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시니어 브랜드 KB골든라이프는 지난 9일부터 30일까지 비발디파크와 함께 ‘비발디파크 정상에서 즐기는 파크골프 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만 40세 이상 KB스타뱅킹 이용자가 대상이다. 모임 총무가 응모한 뒤 KB모임통장에 모임원 4명 이상을 연결하고, 행사 기간 20만원 이상을 모으면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파크골프 이용권 4장과 곤돌라 탑승권을 준다. 모임통장 잔액 증가액이 가장 큰 고객 2명에게는 150만원 상당의 히토미혼마 5스타 파크골프채 풀세트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이 겨냥한 것은 개인의 취미가 아니라 동호회라는 ‘모임’이다. 회비를 걷고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 수요를 파크골프와 결합한 것이다. 파크골프를 매개로 이미 형성된 사람들의 관계를 은행 계좌 이용으로 이어 붙였다는 점에서 기존 스포츠 마케팅과 결이 다르다.
KB국민은행이 금융상품에 파크골프를 결합했다면 하나금융그룹은 금융 서비스를 들고 현장으로 향한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6월 대한파크골프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국대회를 후원하면서 협회 회원 대상 공동 프로모션과 맞춤형 금융 상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전국대회 현장에 ‘하나더넥스트 행복드림버스’를 보내 자산관리 상담과 금융사기 예방교육, 디지털 금융 안내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가 주최하는 5개 전국대회와 후원 대회 60여곳 등에 행복드림버스를 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은행·카드·보험 계열사를 한꺼번에 파크골프 현장에 투입했다.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 파크골프 대축제’에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라이프가 함께 참여했다. 신한카드는 파크골프공을 활용한 현장 이벤트를 진행했고, 신한은행은 6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연금 수령계좌 변경 등 금융 상담을 제공했다. 신한라이프도 행사에 참여해 동호인들과 만났다.
현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당시 만 5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걸음 수에 따라 현금 캐시백을 제공하는 ‘50+ 걸어요’ 상품도 알렸다. 신한라이프는 치매·간병·요양 관련 보험 상담을 진행했다.
신한금융의 시니어 공략은 오프라인 행사장을 넘어 TV 화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IPTV 기반 ‘신한홈뱅크’를 시니어 금융·생활 채널로 개편하면서 파크골프 등 여가 콘텐츠와 보이스피싱 예방, 유언대용신탁 및 시니어 금융상품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를 본 고객이 화상상담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 여가 정보를 금융 상담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신한카드는 2023년 대한파크골프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파크골프 이용료와 용품 할인, 대회 공동 개최 등을 추진했다. 지역 대회가 열릴 때 주변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을 연계한 이벤트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파크골프를 경기 종목을 넘어 지역의 소비 활동과 연결되는 생활체육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초기 사례다.
금융사들이 파크골프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니어 고객의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KB국민카드 분석에 따르면 2019년 대비 지난해 65세 이상 고객 수는 102% 늘었고, 이들의 카드 이용금액은 1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고객의 이용금액 증가율은 34%에 그쳤다. 65세 이상 고객이 전체의 약 17%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사 입장에서 이들의 소비 증가는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소비가 실제로 어디에 집중되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5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65세 이상 고객의 주요 업종 이용금액 중 86%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했다. 이용건수로 보면 음식점이 38%로 가장 많았고 병원·약국 25%, 커피·디저트 10%가 뒤를 이었다. 반면 이용금액에서는 병원·약국이 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음식점이 33%였다.
이러한 시니어 소비 흐름과 맞물려 파크골프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1년간 실내 파크골프장을 이용한 고객 가운데 60세 이상이 48%를 차지했고, 같은 기간 실내 파크골프 업종 가맹점 수는 94% 증가해 올해 4월 기준 약 500곳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