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하다 입에서 물 샜다…안은진도 겪은 안면마비, 72시간이 골든타임 [내 몸의 경고등]

입에서 물새고 눈 안 감기면 안면신경 이상 의심
72시간 내 경구 스테로이드 투약해야 회복 빨라
뇌졸중 동반 여부 확인, 각막 손상 예방도 필수

배우 안은진이 드라마 촬영 중 겪은 안면마비 경험을 최근 공개하면서 이 질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양치 중 입 한쪽에서 물이 새는 증상 등을 겪은 뒤 병원을 찾아 안면신경마비 진단을 받았다.

 

배우 안은진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드라마 촬영 중 겪은 안면신경마비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안은진은 양치 도중 입 한쪽에서 물이 새는 증상을 처음 느낀 뒤 병원을 찾아 안면마비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요정재형’ 캡처

양치할 때 입 한쪽으로 물이 새거나 갑자기 한쪽 얼굴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안면신경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한쪽 눈이 잘 감기지 않거나 입꼬리가 처지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단순 피로나 스트레스 탓으로 여기고 진료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입에서 물새고 눈 안 감기면 안면신경 이상 의심

 

안면마비는 얼굴 표정을 만드는 근육을 움직이는 안면신경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타난다. 웃거나 눈을 감는 동작이 잘되지 않고 입 꼬리가 한쪽으로 처질 수 있다. 물을 마시거나 양치할 때 입 밖으로 물이 새기도 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뇌졸중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을 침범하는 람세이헌트증후군, 중이염, 외상 등이 안면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가운데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한 급성 말초성 안면마비를 ‘벨마비’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는 진단코드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기준으로 정의한 벨마비 발생률이 2008년 인구 10만명당 23.0명에서 2018년 30.8명으로 늘었다.

 

◆원인 아직 ‘불명확’…72시간 내 스테로이드 치료 권고

 

얼굴 표정을 움직이는 제7 뇌신경인 안면신경은 뇌에서 나와 두개골 안의 좁은 통로를 지난 뒤 얼굴 근육으로 이어진다. 벨마비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안면신경에 염증과 부종이 생기면서 좁은 뼈 통로 안에서 신경이 압박되고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주요 기전으로 거론되며, 바이러스 재활성화와 면역 반응도 원인 후보로 연구돼 왔다.

 

치료에서 중요한 시점은 증상이 시작된 뒤 72시간이다. 대한이과학회와 대한안면신경학회가 올해 공동 발표한 ‘2026 한국형 안면신경마비 임상진료지침’은 벨마비 환자에게 증상 발생 72시간 이내, 가능하면 48시간 이내에 경구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재단(AAO-HNSF)의 벨마비 임상진료지침도 16세 이상 환자에게 증상 발생 72시간 안에 경구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도록 강력 권고하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안면신경에 생긴 염증과 부종을 줄여 신경 기능 회복을 돕는다.

 

72시간이 지났다고 치료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 시점은 스테로이드 조기 치료 효과가 가장 확실하게 확인된 기준일 뿐이다.

 

이미 시간이 지났더라도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났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마 움직임만 보고 뇌졸중 여부 판단하면 위험

 

갑자기 얼굴 한쪽이 처졌다면 벨마비뿐 아니라 뇌졸중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 전형적인 말초성 안면마비는 마비된 쪽의 이마에 주름을 잡기 어렵고 눈을 완전히 감기도 힘들다. 입꼬리까지 처지면서 얼굴 한쪽 전체의 움직임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뇌피질의 뇌졸중으로 발생한 중추성 안면마비는 이마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유지되고 입 주변 등 얼굴 아래쪽에서 마비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마 근육이 뇌 양쪽에서 신경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이마 움직임만으로 벨마비와 뇌졸중을 구분할 수는 없다. 드물게 뇌간에 발생한 뇌경색은 이마와 눈, 입까지 모두 마비시키면서 말초성 안면마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실제 이런 형태의 뇌경색 사례도 보고돼 있다.

 

얼굴 마비와 함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발음이 갑자기 어눌해지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심한 어지럼증이나 보행장애가 나타난다면 즉시 뇌졸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귀 주변에 심한 통증이나 물집이 생기고 청력 저하, 어지럼증까지 동반된다면 람세이헌트증후군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눈 안 감기면 각막부터 보호해야

 

안면마비가 심하면 한쪽 눈꺼풀을 완전히 닫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얼굴 움직임 회복 못지않게 눈을 보호하는 일이 중요하다.

 

눈꺼풀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눈 표면이 계속 공기에 노출되고, 눈물이 쉽게 마르면서 각막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각막궤양이나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안면마비 환자에게는 인공눈물이나 안연고 사용을 권하고, 필요하면 잠잘 때도 눈꺼풀을 보호하도록 한다.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벨마비 환자의 상당수는 수주 사이 회복이 시작돼 수개월 안에 얼굴 움직임을 되찾지만, 일부에서는 마비나 비정상적인 얼굴 움직임이 남을 수 있다. 대표적인 후유증은 ‘연합운동’이다.

 

웃을 때 눈이 함께 감기거나 눈을 깜빡일 때 입꼬리가 움직이는 증상으로, 손상된 안면신경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원래와 다른 근육으로 연결되면서 나타날 수 있다.

 

양치 중 입 한쪽으로 물이 새거나 한쪽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는 증상은 안면신경마비의 대표적인 신호다. 벨마비는 증상 발생 후 72시간 이내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권고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ChatGPT 생성 이미지

2026년 국내 임상진료지침은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재활치료도 환자 상태에 따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회복이 더디거나 후유증이 남았다면 안면신경 전문 진료와 재활치료를 통해 상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얼굴 마비는 단순 피로로 넘겨선 안 된다. 입에서 물이 새거나 한쪽 눈이 감기지 않으면 72시간 내 치료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