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된 빗 갑푸려 합니다'…48년 전 500원, 영등포역에 500만원으로 돌아와

48년 전 형편이 어려워 내지 못했던 아들의 500원짜리 기차표값을 500만원으로 갚은 한 할머니의 사연이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철도공사 수도권 서부본부에 따르면 8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을 방문해 자필 편지와 함께 현금 500만원이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역에 80대 여성이 현금 500만원과 함께 건넨 자필 편지. 한국철도공사 제공

“아주 오래된 빚을 이제야 갚으려 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1978년 10월의 사연이 적혀 있었다. A씨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들과 함께 전북 정읍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왔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웠던 A씨는 자신의 기차표만 사고 아들의 표는 미쳐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A씨는 “역장님은 아이 차비로 500원을 내라고 했으나 우리가 가진 것은 토큰 한 개밖에 없었다”며 “역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고맙게도 그냥 가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에 A씨는 “절을 하고 돌아서면서 ‘이 돈은 내가 죽기 전에 갚겠다’고 다짐했다”며 “많이 늦고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받아달라. 그동안 많이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편지 끝에 자신을 ‘난곡동 할매’라고 밝힌 A씨는 이 편지와 함께 현금 500만원을 동봉했다. 

 

A씨는 암 투병 중이던 아들이 최근 세상을 떠난 뒤 오랜 세월 가슴에 품어온 빚을 갚아야겠다고 결심해 편지와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툰 맞춤법이지만 한 자 한 자 정성을 담아 눌러쓴 A씨의 손편지에 감동한 영등포역 직원들은 지난 13일 역사 게시판에 ‘난곡동 할매께’라는 글을 올려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지난 13일 영등포역 직원들이 역사 게시판에 올린 ‘난곡동 할매께’라는 게시물. 한국철도공사 제공

직원들은 “그날 어머니께서 영등포역에 건네주신 용기와 따뜻한 마음, 그리고 큰 감동 덕분에 매일 선물처럼 보내고 있다”며 “어머니께서 저희에게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누군가에게 받은 배려와 친절을 잊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보여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저희가 역무원으로서 고객 한 분 한 분께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셨다”며 “어머니께서 보여주신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다. 저희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과 좋은 기억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철도공사 수도권 서부본부 관계자는 “할머니께서 현금을 주셨을 때 완강히 거절했지만, 꼭 영등포역에 주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끝내 받게 됐다”며 “신원 밝히기를 원하지 않으셔서 감사함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다 역사 내에 답장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서부본부는 A씨가 전달한 현금 500만원을 기타수익으로 처리한 뒤 향후 사용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