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의 비아파트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내놨다. 내년부터 만 39세 이하 생애최초 주택 구입 청년이 4억원 이하 연립·다세대·오피스텔(전용면적 85㎡ 이하) 등 비아파트를 살 때 저리 정책대출을 지원하는 제도로, 수도권에서는 주택가격의 최대 70%, 비수도권에서는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월세 수준의 원리금 부담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수도권의 경우 정책 대상 연립·다세대 거래 3건 중 2건은 매입에 필요한 자기자금이 월세 청년들이 동원할 수 있는 중위 종잣돈보다 1000만원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자금을 마련해 집을 사더라도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비아파트 특성상 향후 갈아타려 할 때 집이 팔리지 않아 자금이 묶일 위험도 있다.
심형석 미국 IAU 대학 교수 겸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정책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빌라를 매입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교수는 “일반적인 빌라나 비아파트보다는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연립·다세대주택을 보는 것이 낫다”며 “현금 1억원을 가진 청년이라면 4억원짜리 빌라를 매입하기보다 전월세로 거주하면서 자금을 모으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유튜브 <잘살아보세>에서는 심 교수와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의 실효성과 서울 빌라·경기 아파트를 고르는 기준,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연립·다세대주택을 찾는 방법 등을 짚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영상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청년이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한 ‘주거 사다리’가 될 수 있을까
“현장에서 보면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를 샀다가 이를 발판으로 아파트로 갈아타는 경우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일반 빌라나 비아파트를 매입하기보다는 재개발 호재가 있는 연립·다세대주택을 살펴보는 것이 더 낫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낮고 매도하기도 쉽지 않다. 팔려고 할 때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최근 임대차시장도 전세보다는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부가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내놓은 뒤 젊은 층에서도 비아파트 구입을 지원하는 방식에 대한 반발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금융 지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입하기보다는 이후 해당 주택을 어떻게 활용하고 처분할 것인지까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대출 혜택이 있어도 자기자금은 필요하다. 현금 1억원이 있다면 4억원짜리 빌라를 살까 아니면 전월세로 살며 돈을 더 모으는 것이 좋을까?
“전월세로 거주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비아파트시장은 현재 매매시장보다는 전월세시장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도 결국 비아파트를 활용해 청년의 전월세 부담을 줄이려는 성격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전월세로 거주하면서 자금을 더 모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또 초기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공분양 상품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지임대부주택이나 지분적립형주택처럼 처음부터 집값 전부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빌라를 산다면 어떤 주택을 골라야 하나
“현재는 빌라에 대한 선호 자체가 높지 않다. 몇 년 전 전세사기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서 빌라를 비롯한 비아파트시장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빌라의 선호가 단기간에 크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연립·다세대주택을 매입한다면 향후 아파트로 바뀔 수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낫다.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주택을 보는 것이다. 다만 사업이 지나치게 초기 단계에 있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최소한 정비구역 지정 정도는 이뤄져 사업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확인된 지역을 살펴보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같은 4억~5억원이라면 서울 빌라와 경기 외곽 아파트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나을까?
“결국 어떤 상품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서울의 연립·다세대주택을 본다면 우선 권리산정기준일이나 노후도 같은 법적 요건을 확인해야 하고,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주민 동의가 어느 정도 확보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고 재개발이 가시화된 연립·다세대라면 경기 외곽 아파트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별다른 개발 호재가 없는 일반 연립·다세대라면 경기지역 아파트가 더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경기 아파트 역시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서울 접근성이 얼마나 개선될지, 교통 호재가 실제로 이어질지, 주변에 일자리가 충분한지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결국 비교해야 할 것은 ‘서울 빌라냐 경기 아파트냐’가 아니라,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서울 연립·다세대와 교통·일자리를 갖춘 경기 아파트 가운데 어느 쪽의 미래 가치가 더 높은지다.”
―재개발을 보고 빌라를 산다면 자금이 얼마나 오래 묶일 각오를 해야 하나
“사업 단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조합이 설립되고 사업시행인가까지 진행된 곳이라면 상대적으로 사업의 방향성이 많이 잡혀 있다. 반면 아직 정비구역조차 지정되지 않았거나 주민 간 의견이 계속 엇갈리는 지역은 사업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기간 동안 투자한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는 가격을 어느 정도 낮추면 거래될 가능성이 있지만, 연립·다세대는 단순히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바로 팔리지 않을 수 있다.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다면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을 받아 매입한다면 사업이 예상보다 길어졌을 때도 원리금을 계속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따라서 재개발 빌라를 매입할 때는 단기간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보다 장기간 자금이 묶일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자산 가치가 있는 빌라를 고르려면 무엇을 봐야 하나
“우선 대지지분이 어느 정도 확보된 주택을 보는 것이 좋다. 연립·다세대주택은 저층으로 지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층 아파트보다 대지지분이 큰 경우가 있다. 재개발을 염두에 둔다면 어느 정도 대지지분이 나오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의 재개발 동의율이 어느 정도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외부에서 정확하게 파악하기 쉽지는 않지만 주변 중개업소나 추진 상황 등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의 노후도와 권리산정기준 등 정비사업 요건도 함께 봐야 한다. 결국 빌라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매입해서는 안 된다. 대지지분과 노후도, 정비사업 추진 상황, 권리관계 등을 함께 확인한 뒤 향후 아파트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