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 항소심 재판에 오 시장에게 유리한 증거가 제출됐다. 대납 당사자로 지목된 사업가 김한정씨와 명태균씨가 나눈 통화녹음 파일로,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지 않은 정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 측은 최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에 자신과 명씨가 나눈 통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냈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명씨의 말을 믿고 본인이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후 그 비용을 김씨가 대신 납부하게 했다는 공소사실에 배치된다. 재판부는 이달 16일 이 증거를 실제로 재판에 활용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통화 시점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던 3월6일과 같은 달 13일이다.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프로테이지(여론 지지율) 잘 나오게 하겠습니다’ 해서 나는 뭐 니 얘기 듣고 했는데, 그 결과가 그래 안 되고”라고 말했다. 명씨가 오 시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게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는 취지다. 김씨는 그러면서 “이 양반 돕고 싶어서 내가 일을 했잖아”, “거기서 원해, 원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가지고”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이 김씨를 ‘자금 댈 사람’으로 소개해줬다는 명씨의 수사기관에서 진술과 배치되는 대화도 나왔다. 명씨는 김씨에게 “나는 형님(김씨)하고 오 시장하고의 관계를 잘 몰랐으니까” “오 시장이 (김씨를) 직접 소개시켜준 게 아니다” “오 시장 관계없이 형님하고, 형님이 그래 도와주고 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 측은 이 녹음파일을 토대로 공소사실이 전제부터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인 김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 5건을 명씨에게 의뢰하고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납하게 했다고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2100만원을 명했다.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 이미 취임하거나 임용된 경우 퇴직해야 한다. 함께 기소된 오 시장 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원, 김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