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입수할 때마다 배워… 메달 색 어떻든 끝내 웃을 것”

‘K다이빙 간판’ 김수지

광저우 AG 등 동메달만 3개
“메달은 과정… 발전하는 선수로”
선수 출신 지도자 육성도 강조
“내 기록 넘어설 후배 나왔으면”

김수지(28·울산시청)는 20년 넘게 다이빙을 해왔지만 물속으로 뛰어드는 순간은 여전히 새롭다. 한 번의 입수에 모든 것을 쏟아내고, 어제보다 나아진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이 그를 다시 다이빙대로 이끌기 때문이다. 김수지에게 다이빙은 기록과 순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세계’다.

 

김수지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한국 다이빙 사상 세계선수권 첫 메달인 동메달을 따냈고, 2024 도하 세계선수권 여자 3m 스프링보드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2012 런던, 2020 도쿄, 2024 파리까지 세 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았고, 아시안게임에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여자 1m 스프링보드와 2022 항저우 여자 1m·3m 스프링보드 싱크로 등 동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동메달 세 개도 김수지에게는 지나온 시간을 평가하는 잣대가 아니다. 15일 세계일보와 만난 그는 “동메달이라는 성적은 성공의 증거도, 벽의 기록도 아니다. 나에게는 그저 과정일 뿐”이라며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고,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메달의 색이 어떻든 내가 잘해나가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첫 아시안게임이었던 2014 인천 대회 때는 아시안게임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보다 경기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다. 김수지는 “그때의 내가 있으니까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아서 아쉽진 않다”고 돌이켰다.

한국 최초로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낸 다이빙 간판 김수지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통산 네 번째 아시안게임 메달 사냥에 나선다. 김수지가 지난해 싱가포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공중회전 동작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진천=뉴시스

다이빙은 한 번의 입수에서 나온 작은 실수가 메달의 색깔을 바꾸는 종목이다. 하지만 김수지는 선수 생활에서 특별히 뼈아픈 실패를 꼽지 않았다. 아쉬운 경기를 치른 뒤에도 지나간 결과보다 같은 실수를 줄이는 데 집중한다. 그는 “모든 선수가 그렇듯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경기를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실수의 폭을 줄이려고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무대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졌다. 대표팀 코치에게 들은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잘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자신 있게만 해라. 연습이 충분했다면 네가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올 거야.” 그 말을 마음에 새긴 김수지는 경기 직전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한 뒤 결과를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김수지는 중국이 오랜 기간 다이빙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배경을 선수 개인의 기량으로 보지 않았다. 뛰어난 선수를 가까이에서 배우고 연구하는 환경이 쌓였다는 것이다. 그는 “잘하는 선수를 옆에 두고 배우고 연구하는 것과 멀리서 지켜보며 배우는 건 확실한 차이가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좋은 선수가 좋은 지도자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금씩 더 국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의 선수들이 코치를 이어나간다면 미래에 더 좋은 선수들을 양성해 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후배 육성에서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첫 단추’다. 초등학교 때 익힌 기본기가 성장한 뒤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소년체전 등에서 당장의 성적을 위해 기본기를 건너뛰고 난도를 높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수지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우는 기초적인 자세들이 커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청소년기의 멘털 지원도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젠 지겨울 만도 한데, 그에게 다이빙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김수지는 “20년을 넘게 선수 생활을 하고 있어도 끊임없이 기술적으로 배우게 되는 부분이 있고 그게 신기하다”고 했다.

 

“인생에서 어느 일에 몰두하고 빠지는 경험은 해 본 사람만 안다고 생각해요. 어느 것에 몰두한다는 건 제가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요.”

 

결국 금메달은 김수지가 다이빙을 시작한 이유도, 20년 넘게 이어온 유일한 목표도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도 지금에도 금메달을 꿈꾸고 운동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냥 계속해서 발전하는 제 모습이 좋았고, 그게 자연스럽게 시상대로 오르게 했다”고 돌아봤다.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는 후배가 나오는 것도 김수지가 바라는 미래다. 그는 “다이빙 성적이 저로 끝이 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기록을 넘어서는 친구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나고야에서 그가 그리고 있는 마지막 장면은 거창하지 않다. 지금까지 준비한 것을 온전히 보여주고, 모든 경기가 끝난 뒤 홀가분하게 돌아서는 것이다. “저는 결과가 어떻든 지금 해내 가는 과정이 너무 좋거든요. 마지막에는 행복한 모습으로 웃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