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재기할 수 있도록 ‘포용적 금융’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사업 실패로 법인 빚을 떠안은 기업인들은 여전히 굴레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연대보증 폐지 제도에서 제외된 부실채권들이 고스란히 쌓여 이들의 재창업과 경제활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실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누적 기준 캠코가 보유한 법인채권 총 11조5204억원 중 연대보증채권은 10조5885억원으로 전체의 9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체 3만7011건 가운데 90%인 3만3406건이 연대보증채권이다.
10년간 캠코가 보유하고 있는 법인 연대보증채권뿐 아니라 해마다 새로 인수하는 연대보증채권 비중도 매년 90%대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캠코가 인수해 보유한 법인채권 1조455억원 중 98%(1조212억원)가 연대보증채권이었고 2024년에도 93%(7705억원)에 달했다. 연대보증채권을 보유한 차주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난해 3078건으로 전체(3167건)의 97%, 2024년 3259건으로 전체(3509건)의 93%에 달했다.
연대보증채권은 주채무자가 파산하거나 돈을 갚지 못할 때 연대보증인이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부실채권의 일종이다. 연대보증인은 주로 기업 대표인 경우가 많다. 한 번의 사업 실패로 기업인이 거액의 법인 빚까지 떠안고 재창업이 어려워진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2018년 4월 신용보증기금 등 4개 기관의 법인 대표자 연대보증을 폐지했다. 신규·증액 대출과 보증에는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기존 대출·보증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도 정비 시점 이전에 이미 폐업이나 파산 등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진 부실채권들은 정상적인 만기 연장이나 연대보증 해제 절차를 밟지 못했다. 결국 이러한 채권들이 캠코로 대거 이관되면서 과거의 연대보증 채무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대규모로 남아 있는 상태다.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내세워 개인 취약차주가 ‘빚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책을 펴고 있지만, 과거 사업에 실패한 법인이나 기업인은 여전히 빚을 털어내지 못한 채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개인의 장기연체채권은 새도약기금 등에서 매입해 소각하고 있지만, 법인과 관련한 부분은 아직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캠코는 장기연체채권을 선제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매년 특별소각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7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지난달에는 20년 이상 연체되고 7년 이상 상환 이력이 없는 채권을 특별 소각했다. 그러나 규모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교수는 “아직 갚지 않고 남아 있는 법인채권에 대해서는 상환 능력을 평가하고, 이미 부실화해 상환 능력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소각해서 정리해 주는 게 개인 회생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그래야 기업인들이 재창업을 하거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데 있어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새로운 금융권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의 사업 실패가 장기간 개인의 재기를 가로막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짜 재기할 수 있는 권리”이라며 “새로운 기초대출을 논의하는 것과 함께 공공기관에 남아 있는 연대보증채권을 어떤 원칙으로 정리할지도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